임대차계약 갱신 후 마음바꿔 해지… 보증금 언제까지 돌려줘야 할까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갱신했다가 갑자기 해지하겠다고 한다면, 계약 종료 시점은 갱신과 무관하게 해지 통보일로부터 3개월 이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대차계약 갱신 기간과는 별개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해지 의사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끝나 보증금 등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로 거주하던 A씨와 집주인 B씨 사이에서 벌어졌다. A씨는 2019년 3월 10일부터 2021년 3월 9일까지 2년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68만원의 임대차계약을 B씨와 체결했다. A씨는 계약 만료 두 달을 앞둔 2021년 1월 4일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면서 월세를 연장했다.
그런데 A씨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1월 28일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내용 증명을 보냈고, 다음 날 B씨에게 도달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자동 갱신되면, 임차인은 이후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월세 계약의 종료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였다. 세입자 A씨는 계약 해지 통지가 도달한 1월 29일로부터 3개월 후에 계약이 끝난다고 봤다. 그러나 집주인 B씨는 A씨가 앞서 계약을 갱신했으니, 해지를 하더라도 새 임대차계약 기간인 2021년 3월 10일부터 3개월 후인 6월 9일에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해 4월 29일 짐을 빼고 나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B씨는 이를 거부했다. B씨는 이후 6월 9일 보증금에서 한 달 남짓한 200여만원을 빼고 반환했다. 계약 종료 시점에 따른 의견 충돌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1심은 세입자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작년 6월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임의로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부담하게 된다”며 “계약 해지 통지의 효력은 갱신된 임대차계약 시작일로부터 3개월 후인 6월 9일에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의 말대로 4월 29일에 계약이 끝난 게 맞는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 통지를 할 수 있고,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를 기다렸다가 3개월이 지나야만 해지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