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로 뜬다···재벌가 자제들이 오픈한 ‘맛집’은 어디?

박시진 기자 2024. 2. 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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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동선·대상 임세령·김지운 등
오마카세·프렌치·빵집 속속 오픈해
메뉴·인테리어 직접 관여하고 챙겨
유명인 인맥에 SNS 인증샷 명소로
삼성·신세계·롯데 빵 시장 진출했지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매각·철수해
오마카세 스기모토 매장 전경. /사진제공=스기모토
[서울경제]

‘금수저’와 레스토랑.

두 단어 사이에는 ‘트렌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트렌드를 익힌 재벌가 자제들이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외식사업을 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학 당시 경험했던 해외 브랜드를 직접 들여오는 가 하면 그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핫플(유명한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이전에는 재벌가 자제라고 하면 선대의 사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재벌가 3세, 4세는 다르다.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빵집 등을 속속 오픈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알린다. 서울 압구정과 한남동, 북촌 등 일명 ‘힙’한 상권을 선택해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까지 본인들이 직접 선택하고 있다. 덕분에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는 젊은 세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장소로 거듭나는 가 하면 유명인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의 이미지 제고는 덤이다.

"식(食)문화는 내가 책임진다"···'핫'한 레스토랑, 명소 거듭나

북촌 삼청동 한복판에 위치한 오마카세 ‘스기모토’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452260) 전략본부장(부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지난 2021년 오픈한 스기모토는 팬데믹 기간 오마카세가 한창 인기를 끌며 그 대열에 합류했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맡아 경영하는 만큼 외식업에 관심이 많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라운지바 ‘다스 아지트(Das Asit)’를 개업해 K-팝을 소개하고 막걸리를 판매하기도 했다. 또 일본식 샤부샤부 레스토랑인 ‘다스 샤부(Das Shabu)’도 오픈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당시 그는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이 식당들에서 아시아 요리에 대한 창조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공정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음식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기모토에도 그의 철학이 녹아 있다. 고물가 시대에 레스토랑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렸지만, 김 부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런치 코스를 기존의 13만원에서 8만원으로, 디저코스는 23만원에서 18만원으 인하했다. 배달 영업도 시작했다. 스기모토 측은 “많은 고객에게 고품질의 합리적인 서비스 제공하고자 식사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 매장. /사진제공=메종 드 라 카테고리

대상(001680)그룹의 장녀 임세령 부회장은 청담동에 프렌치 레스토랑 ‘메종 드 라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오픈한 이 레스토랑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디자인한 아담 티하니가 디자인했고, 청담동 사모님들의 ‘핫플’로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다.

이 곳은 고급스러운 프렌치 메뉴임에도 단품 메뉴 기준 가격이 2만~3만원대로 인근 식당과 비슷한 수준이라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고 있다. 또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 연예인들이 즐겨 찾고 있다.

쌍용건설 창업주 일가인 김지운씨는 직접 ‘오너 셰프’로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이태원, 신사동에서 쿠촐로, 메람마, 볼피노 등 브랜드를 선보였다.

김 셰프는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 출신으로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역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영국 유학 시절 한식이 그리워 시작한 요리에 빠졌고, 해병대 전역 후 이태원 식당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외식업 길을 걸었다.

재벌가 딸들의 빵집 전쟁···골목상권 논란에 철수·매각
베키아 에 누보 강남점. /사진제공=신세계푸

2000년 초 재벌가 딸들이 앞다퉈 빵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004170), 롯데, 삼성 등 국내 대기업 3곳의 딸들은 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해 사세 확장에 나섰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딸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2005년 조선호텔 베이커리사업 부문에서 물적 분할해 조선호텔 베이커리를 설립했다. 이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식품점인 딘엔델루카와 10년 간 국내 독점 판매권을 따내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데이앤데이’, ‘달로와요’, ‘베키아 에 누보’ 등 브랜드를 론칭했고, 데이앤데이는 점포 수를 120개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 수수료 부당지원 적발, 정부의 재벌 기업 빵집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불거지자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뗐다. 딘엔델루카는 미국 본사가 파산신청을 함에 따라 국내에서 철수했다.

최근 정 사장은 신세계센트럴시티를 통해 베이커리 카페 ‘트웰브’를 새롭게 오픈하며 빵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다. 이 카페는 신세계 도심 연수원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아티제 여의도 롯데캐슬점 매장. /사진제공=아티제

삼성가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대표이사 사장은 2004년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시작으로 ‘아티제’의 점포 확장에 나섰다. 고급화 전략을 취했던 아티제는 잠실, 도산대로, 압구정, 청계광장점 등 매장을 확대했다. 이 사장은 인테리어부터 메뉴 개발까지 직접 챙겼고, 삼성테스코와 합작해 ‘아티제 블랑제리’를 만들어 홈플러스에서 직영으로 빵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티제 역시 골목상권 논란이 불거지며 2012년 이 사장은 아티제를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자회사 보나비 주식을 대한제분에 매각했다.

포숑 매장 전경. /사진제공=포숑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는 2010년 식품회사 블리스를 설립하고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 포숑의 사업권을 따냈다. 기존에 포숑은 롯데와 프랑스 본사 간 영업권 계약을 맺었지만, 국내 제과업체가 위탁 운영을 해 왔었다.

장 전무는 사업 시작 이후 2~3개월 만에 5개 롯데백화점 지점에 매장을 열었고, 카페형 베이커리 오픈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이도 역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블리스 지분 전체를 영유통과 매일유업에 매각하며 제벌가의 빵집 사업 논란은 일단락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유학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재벌가 자제들이 외식사업에 뛰어 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며 “남다른 인테리어에 유명인들까지 즐겨 찾다 보니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SNS 인증샷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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