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연대’·‘진박 논란’…계속 반복되는 與 공천 잔혹사[국회기자 24시]
‘200석 이상 압승’ 예상 與, 153석 턱걸이
20대 총선, ‘진박 논란’…민주당에 1당 내줘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공천(公薦)의 의미를 한자 그대로 풀어놓으면 ‘공평하게 천거한다’는 의미입니다. 공천은 그해 선거 결과를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공천은 그해 총선 정당의 자세를 보여주는 첫 인상이기 때문입니다. 공천이 뜻 의미대로 ‘공평한 천거’가 아닌 특정 정치인들의 세력 다툼으로 잡음이 생긴다면 그해 선거에서의 필패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18대 총선, 압승 예상 與…친박연대 등에 과반 턱걸이
그간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유독 보수 정당에서 공천 흑역사가 많았습니다. 우선 18대 총선을 보겠습니다. 18대 총선 당시였던 2008년은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온 ‘허니문’ 기간에 이뤄졌습니다. 그만큼 여권에 유리한 구도였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200석 이상 압승이 기대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에 불복한 친박계는 대거 친박연대·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그 결과 총선을 약 20여일 앞두고 창당한 친박연대가 대구 3석, 경북 1석, 부산1석, 경기 1석 등 지역구 6석을 획득했고 비례대표 8석 등 총 14석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이외에도 김무성·김세연 전 의원 등은 무소속으로 나서 부산 지역에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회창 전 총재의 자유선진당이 충청 지역에서 돌풍을 보이며 18석을 확보했습니다.
당시 압승을 예상했던 한나라당은 총 153석으로 겨우 과반을 넘겼습니다. 게다가 공천 학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방호 사무총장은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이재오 당시 의원은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18대 총선 이후에도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이뤄진 19대 총선에서는 반대로 친박계가 친이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키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대 총선을 살펴보겠습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옥쇄 파동’이 있었던 총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도입해 20대 총선을 치르려했지만 이른바 ‘진박 논란’이 발생하며 이는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2018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 인사들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유리하도록 공천관리위원장 후보 관련 지시를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게다가 정무수석실을 통해 ‘친박리스트’를 작성하고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당시에도 ‘진박(진짜 친박) 논란’이 큰 화두였습니다. 청와대는 대구·경북 물갈이를 위해 노골적으로 ‘진박’ 후보를 밀어줬습니다. 2016년 3월 대구에 방문했던 박 전 대통령은 유승민계 류성걸 전 의원에게 고전 중이던 ‘진박’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현역 의원이나 예비후보들과는 악수를 하지 않아 ‘진박’ 논란은 더욱 불이 붙었습니다.
그 결과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비박계 다수는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유승민 전 의원까지 공천에서 배제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 전 대표는 항의에 의미로 부산 영도로 내려가는 ‘옥쇄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여론이 악화했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123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을 내줘야 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던 호남 대부분 지역구가 국민의당(38석)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사실상 ’완패‘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갈등과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공통점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갈등은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됐습니다. 보수 정당과 달리 민주당은 비교적 빠르게 시스템 공천을 도입해 보수 정당보다 비교적 공천 갈등이 덜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 정당 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보수 정당의 공천 잔혹사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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