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취업은, 결혼은”…MZ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 [이번 설, 이것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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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를 왜 안 가느냐'고 말 나올까 봐 벌써 걱정이네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어김없이 돌아온 설날에 걱정이 앞선다.
서울에 거주하며 공기업을 준비 중인 안모(28)씨는 "명절이라고 고향에 내려가면 '취업은 했느냐' 등의 질문 폭탄을 받는다"면서 "저도 성인이고 알아서 잘할 수 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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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예매했다” 고향집 가지 않을 핑곗거리 찾아
전문가 “흘려 듣는 자세도 필요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장가를 왜 안 가느냐’고 말 나올까 봐 벌써 걱정이네요.”
김씨처럼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길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관심의 한 방법으로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 “결혼은 할 거냐”, “성적은 어떠냐” 등을 묻지만, 젊은 층들은 이를 사생활의 영역을 침해하는 잔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기에는 전염병을 이유로 집에 가지 않았으나, “이러한 핑곗거리가 없어졌다”라는 웃지 못한 소리도 나오고 있다.
20대에서는 명절에 고향 집에 가지 않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17~18일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대 남녀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이번 연휴에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이 51.2%로 나타났다.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을 방문하겠다’는 답변은 31.3%로 나타났다. 지난 추적 때는 고향 방문이 46%로 1위를, ‘집에서 쉬겠다’는 의견이 30%로 2위를 차지했는데, 결과가 뒤바뀐 셈이다. 설 명절은 동거 가족끼리만 보낼 예정이라는 응답이 42.5%로 나타났다. 혼자 보내겠다는 답변도 20.2%로 적지 않았다.
취업 준비생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에 거주하며 공기업을 준비 중인 안모(28)씨는 “명절이라고 고향에 내려가면 ‘취업은 했느냐’ 등의 질문 폭탄을 받는다”면서 “저도 성인이고 알아서 잘할 수 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에 내려가지 않는 방안을 찾으려 하는데 딱히 없어서 그게 고민이다”고 했다. 시댁 등을 방문하는 이들도 애로사항은 있다. 워킹맘(일하는 엄마)인 김모(32)씨는 “시댁에 갈 때면 항상 시부모님이 아이 소식을 묻곤 하는데 부담스럽다”면서 “아이를 가지겠다고 말해도 매번 물어보니까 그런 부분이 힘들다”고 했다.
인터넷상에서도 고향 집에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핑곗거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명절에 친척들 잔소리 폭격 맞을 것 같아서 비행기 발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만날 집에 가면 여자친구 이야기부터 취업이야기까지 잔소리란 잔소리는 다하는데 미칠 노릇”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편한 상황을 줄이고 함께 하는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선 상호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 중에는 잔소리가 관심이고 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면서도 “듣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니까 흘려 넘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주장을 피력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기성세대의 태도를 바꾸기 어려운 점도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무시하는 심리적인 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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