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4人이 말하는 설 이후 집값은
경기침체·PF 리스크로 상반기 조정 무게
금리인하 시기 따라 하반기 반등 기대감
입주 물량 부족에 전셋값 상승 전망 우세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약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한 탓이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규 노선, 신생아특례대출 등 부동산 시장 상승 재료도 등장하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집값 재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부동산 시장 악재가 혼재한 가운데 설 이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뉴시스가 국내 부동산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설 이후 집값 향방을 조사한 결과 집값 조정이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 시장 구매력이 떨어져 있는 데다 PF 부실도 여전히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상승세를 이어오다 마지막 달인 12월 0.13% 떨어지며 8개월 만에 하락세로 급전환됐다. 적어도 상반기까지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총선을 겨냥한 부양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에 반등을 가져올 수 있는 모멘텀이 별로 없다"며 "시장 전반적으로 하방 변수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관리 지시를 내린 만큼 많은 사업장의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되지 못하고 경·공매로 넘어가는 것들이 나오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소폭 출렁일 수 있다"며 "다만 금리가 시장 예상대로 5~6월에 인하될 경우 서울 주요 선호 아파트들은 2차 하락을 멈추고 소폭 상승할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 특히 지방은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에 추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로 투자 수요가 늘긴 어려운 분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89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해 지난해 11월 1843건, 12월 1826건으로 두 달 연속 2000건에 못 미치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투자수요가 붙어야 집값이 우상향하면서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갈 수 있는데 금리가 너무 높기도 하고 여전히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살아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급매물 위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만 시세보다 조금만 가격이 높아도 추격 매수하려는 분위기는 아니라 가격이 오르면 다시 매수세가 주춤하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집값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2년 더 살겠다는 수요가 많아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매매가격이 주춤할 때는 전셋값이 오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전셋값은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락 폭이 지난 2022년 말 조정기 때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조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집값이 올해 상반기 내내 정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는 하반기가 부동산 시장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텐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요 지역은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상승 지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금리가 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건"이라며 "미국 연준이 2분기에 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도 즉각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내려가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움직이면서 시장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통상 투자자들은 금리가 내린 다음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금리를 인하한다는 시그널이 나올 때 투자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셋값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 부족에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0만6361가구로, 올해(32만 1252가구)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14만1533가구로, 18% 감소하는 반면, 지방은 16만 4828가구로 1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송 소장은 "금리인하에 더 민감한 전세는 하반기에 상승 폭을 더 키우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며 "서울 전셋값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도 "올해 입주 물량 자체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셋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 있기 때문에 전세 물건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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