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손흥민·김민재·황희찬 한목소리... 클린스만 '여전한 미소', 애꿎은 선수만 '고개 푹'

박건도 기자 2024. 2. 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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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건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7일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 경기 후 손흥민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같은 결과에 반응은 정 반대다.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낸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고, 패장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 8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분이 기대해주셨던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었다"라며 "런던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지만 잘 도착했다.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문구와 함께 손흥민은 얼굴을 감싸 쥔 사진을 올렸다. 대회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듯했다. 한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해외 유력지도 우승 후보로 꼽았을 만큼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기대했지만, 두 걸음을 남겨둔 채 패배했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위르겐 클린스만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경고 누적으로 4강 요르단전에 나서지 못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개인 SNS를 통해 인사를 전했다. 김민재는 "긴 대회 기간 고생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도 같은 날 SNS에 "제일 중요한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많은 응원에 감사하다"라고 게시글을 남겼다.

대회 내내 고군분투한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빡빡한 유럽 무대 일정을 소화한 뒤 클린스만호에서도 6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몸 상태가 온전치 못했던 황희찬도 고군분투했다. 뮌헨에서 붙박이 주전인 김민재도 쉴 틈 없이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의 뒷문을 지켰다.

취재진과 만난 클린스만. /사진제공=뉴스1
와중에 감독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위르겐 클린스만(60)은 "한국을 이끌고 있어 행복하다. 저도 이번 대회 우승을 원했다. 요르단과 만나기 전까지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4강전에서 요르단은 조별리그 때보다 더 좋은 팀이었다. 결승전에 진출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 경기 후 미소를 보여 국내외 언론과 팬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입국 후에도 뻔뻔한 태도는 변함없었다. 클린스만은 "요르단과 경기 전까지 13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좋은 점도 많았다. 긍정적인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4강 진출은 성공했다. 실패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수들도 칭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사퇴와 경질 이야기까지 대두되고 있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라고 표현했고, 독일 '스포르트1'은 "클린스만의 한국은 약체를 상대로 아시안컵에서 탈락했다. 대참사다.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벤치에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얼굴을 닦고 있는 황희찬. /사진제공=뉴시스
요르단과 준결승 경기 후 바닥에 주저앉아 아쉬워하는 손흥민. /사진제공=뉴스1
클린스만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그런 얘기가 나오는 정확한 이유는 잘 알지 못하겠다. 부임 후 1년 동안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라며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 승리 당시에는 많은 분이 열광했다. 긍정적인 얘기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탈락 후에는 부정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들끓는 여론을 잘 보여주듯 클린스만에게 일부 팬은 "이게 축구야", "집에 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욕설도 뒤섞였다. 인터뷰 도중에는 엿도 투척했다. 허나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아시안컵 결과를 함께했지만, 감독과 선수들의 온도차는 명확히 다르다. "결과에 책임지겠다"던 클린스만은 뻔뻔한 태도를 고수했고, 선수들은 연이어 사과문을 남기고 있다.

분위기가 다소 뒤숭숭한 상황에서 한국은 오는 3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를 통해 아시안컵을 복기한다. 클린스만의 참석 여부나 향후 거취는 불투명하다. 클린스만은 귀국 인터뷰에서 다음 주쯤 출국할 것이라 공언했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클린스만. /사진제공=뉴스1

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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