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선수들은 "죄송하다" 사과하는데...개선장군처럼 입국한 클린스만, "4강 갔으니 실패는 아니야"
[포포투=오종헌(인천공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입국했다.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성적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과 대표팀 본진은 8일 오후 10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조현우, 송범근, 김준홍, 김영권, 김주성, 설영우, 김태환, 이기제, 김진수, 박진섭, 이순민, 문선민 등이 함께 귀국했고, 손흥민과 김민재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은 카타르 현지에서 곧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목표로 했던 클린스만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한국은 대회 개막 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 받았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등이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주축이 된 만큼 '역대급 멤버'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꾸준하게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부임 초기 5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하는 등 기대 이하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 유럽 원정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부임 후 첫 승을 거둔 뒤에도 "아시안컵 트로피를 갖고 오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뒀지만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모두 비겼다. 패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서 아래인 팀이었고, 하프타임 전후 비슷한 패턴으로 실점을 내줬다는 점이 불안했다.
토너먼트 단계에 돌입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1승밖에 챙기지 못하며 조 2위로 올라온 한국은 16강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후반 막판 조규성의 골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이어진 호주와의 8강전도 선제골을 헌납했지만 연장 혈투 끝에 손흥민의 프리킥 결승골로 2-1 승리를 따냈다.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이라는 변수 속에 어쨌든 준결승에 진출했다.
극적인 승리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16강, 8강 선수들이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겪는 와중에도 경기 종료 직전 엄청난 집중력으로 득점을 만들었다. 3경기 연속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되길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요르단을 상대로 속수무책을 당했고, 실수가 이어졌다. 한국은 결국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대회를 마친 뒤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취재진과 팬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준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얼마나 어려운 대회였는지 몸소 느끼고 왔다. 중동에서 개최하다 보니까 한국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팀들이 상당히 고전했다. 중동 팀들은 홈 경기 같은 분위기 속에서 뛰며 상당한 힘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강에 진출했다는 건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이 끝난 뒤 웃으며 상대 팀과 인사를 나눠 비난을 받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새벽에 잠을 설쳐가며 선수들을 응원한 국내 축구 팬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이러한 기타 논란들을 제외하더라도 클린스만 감독이 이번 대회 기간 보여준 경기 내용과 결과에 두고 웃으며, 긍정적으로 말하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손흥민, 김민재 등 선수들만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손흥민은 대회가 끝난 뒤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늦어졌다.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으나 잘 도착했다.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큰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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