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설 밥상서 싸움 날라…"안 가고 불효자 될래요"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2. 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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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가 화두에 오를 게 불 보듯 뻔해서입니다.

A 씨는 "지난 대선 때 가족들이 특정 정당의 후보를 뽑으라고 강요해 크게 싸운 적이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또 불편한 의견 충돌이 일어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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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23) 씨는 올해 설 연휴를 가족과 보낼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총선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가 화두에 오를 게 불 보듯 뻔해서입니다.

A 씨는 "지난 대선 때 가족들이 특정 정당의 후보를 뽑으라고 강요해 크게 싸운 적이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또 불편한 의견 충돌이 일어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를 앞둔 명절이면 정치인들은 밥상머리에 올릴 유리한 이슈를 찾느라 고민이지만 정작 밥상에 오른 정치 이슈가 난데없는 언쟁으로 비화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망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20∼40대 성인 남녀 114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13.2%는 명절 갈등 유발 소재로 '정치적 견해'를 꼽은 바 있습니다.

8명 중 1명꼴로는 구성원 사이에 지지 정당이 다르거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가족의 갈등 요인이 된다고 응답한 겁니다.

견해 차를 좁히기 어려운 소모적인 논쟁이 불편해 아예 가족 모임을 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0대 직장인 천 모 씨는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모가 어느 순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면 무조건 비판하기 시작했다. 정치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본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관련된 이야기를 안 하면 되는데, 뉴스를 볼 때는 물론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갈 때도 특정 정당 욕을 끊임없이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천 씨는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 되고 트러블이 생긴다. 특히 올해는 총선도 있는 만큼 이번 설에는 선약을 핑계로 친척 모임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차라리 불효자가 되는 게 정신건강에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서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앙대 박희봉 교수가 지난해 한국공공관리학보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22년 6월 서울시장 선거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당 후보 지지도는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고, 40∼50대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20∼30대의 선호도는 이들의 중간 정도였습니다.

정책 선호도에서도 연령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40∼50대는 북한 우호 정책과 복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60대 이상의 연령층은 안보 정책과 시장경제 정책을 선호했습니다.

20∼30대는 복지 정책에 대해 가장 비우호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심각해서 대화와 토론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며 명절 연휴 정치와 관련된 주제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서로 다른 시각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족이 같은 당을 지지하거나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태도를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비난조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의 논리를 수용할 수 없더라도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존중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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