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설날 메시지서 마오쩌둥의 시를 인용한 이유는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2. 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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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춘제(중국 설)를 앞두고 새해 축사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세계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그래도 이곳(중국) 경치가 유독 좋다(風景這邊獨好)’”고 했다. 마오쩌둥의 시를 인용해 중국이 경제·외교에서 고전하고 있는데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다만 이 시구는 험난한 전환기를 예고하는 의미도 담고 있기에 시진핑이 이중적인 메시지를 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4년 춘제 행사에 참석해 축사했다. 시진핑은 “지난 1년 우리는 새로운 발전 이념을 전면 관철하고, ‘안정 속에 진보 추구(穩中求進)’ 기조를 견지하면서 코로나 방역 전환을 과감하게 실행했다”면서 “경제의 회복·발전을 추동해 경제 총량이 126조위안(약 2경3300조원)을 넘어섰고, 식량 생산은 신기록을 경신했으며 취업과 물가는 총체적으로 안정됐다”고 했다. 이어 “과학·기술 혁신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면서 “개혁·개방이 부단히 심화됐고, 당과 국가기구의 개혁이 기본적으로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인자인 리창 총리를 비롯해 자오러지·왕후닝·차이치·딩쉐샹·리시·한정 등 지도부가 참석했다.

시진핑이 긍정적인 평가 일색의 새해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그가 인용한 마오쩌둥의 시구 ‘이곳 경치가 유독 좋다’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전환기를 예고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시구는 국공내전 시기인 1934년 여름에 쓰여진 ‘청평락·회창(淸平樂·會昌)’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시가 쓰여진 당시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은 장시성 후이창에서 국민당에 의해 포위된 상태였고, 근거지를 남동부 장시에서 북서부 산시로 옮기는 장정(長征·1934년 10월~1935년 10월)을 앞두고 있었다. 마오쩌둥은 1958년 이 시에 대해 ”형세가 위급했고, 장정을 준비하며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서 썼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의 압박과 내부 경제 위기를 동시에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1월 소비자 물가는 14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인 0.8%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코로나 이후 중국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물가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진 것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부실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작년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과 비교해 9.6% 줄었고, 분양 주택 판매 면적과 금액도 각각 8.5%·6.5% 감소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탈출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증시에서 145억위안(약 2조7000억원)이 빠져 나가는 등 6개월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급증한 지방정부 부채도 중국이 해결해야 하는 급선무다.

다만 이날 시진핑은 대만 문제 등에서는 외부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만 독립’ 분열 행위와 외부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하며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했다”면서 “중국 특색의 강대국 외교를 견고하게 추진해 혼란스러운 세계에 확실성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입하고, 인류 운명공동체를 건설하는 책임을 펼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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