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6개월…잿더미가 된 일상[오늘, 지구촌]
AP통신이 최소 1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와이 마우이 산불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재민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산불이 발생한 지 6개월이 났지만, 이재민 수천 명이 여전히 정착할 집을 구하지 못하는 등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6개월째 마우이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 적십자사는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오늘은 마우이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산불로 사람들의 삶이 영원히 바뀐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라며 “복구의 여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마우이 나우에 따르면 현재 산불 이재민 약 5000명이 개별 쉼터로 제공된 호텔 등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8월 8일 마우이에서 발생한 산불은 유서 깊은 해변 마을 라하이나를 중심으로 건물 2200여채를 불태웠고,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산불 사망자는 최종 100명으로 집계됐다.
집을 잃은 이재민은 당초 약 7000∼8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적십자사는 이 가운데 2400여가구, 3000여명이 안정적인 주택으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산불 이후 마우이에서 더 심각해진 주택난과 임대료 급등으로 이재민들이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날 보도했다.
현재 임시 숙소인 호텔에서 어머니와 머물고 있는 다이애나 테바가는 예전에 살던 집만큼 저렴한 아파트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원이 다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개별 쉼터 프로그램은 오는 4월 종료될 예정이다.
앞서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마우이에서 단기 임대업에 이용되는 주택 약 2만7000채의 일부를 화재 이재민을 위한 장기 주거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재민들은 그린 주지사가 화재 후 두 달 만에 관광업을 재개하면서 주택난을 악화시켰으며, 이재민들의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우이의 경제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와이 소기업개발센터에 따르면 화재 발생 전 라하이나에 등록된 소기업의 절반가량인 약 600곳이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마우이에서 스쿠버다이빙 사업을 하다가 화재로 모든 것을 잃은 빅토리아 마르토치는 “우리가 모두 사랑했던 이곳이 완전히 변했다”며 “언제 이 상황이 풀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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