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입맛 참 까다로웠다더니…이것도 양보 못 했다 [기술자]
한 끼 식사에 10분 이상을 쓰지 않았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가 딱 2가지에는 참 관대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프랑스산 샴페인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카페 로얄(Cafe Royal)’이라고 부르는 음료입니다.
카페 로얄은 커피와 각설탕, 브랜디로 만듭니다. 커피가 담긴 잔에 스푼을 걸쳐놓고, 거기에 각설탕을 올린 뒤 브랜디를 붓고 불을 붙이는 게 끝입니다.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은데 이 브랜디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게 참 화려하고 낭만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보는 맛’이 중요한 건 똑같은 모양입니다. 푸른 불빛이 감도는 이 음료를 나폴레옹이 이성에게 직접 만들어주며 유혹했다는 야사(野史)까지 있으니까요. 오늘날이었다면 아마 인스타그램에 나폴레옹을 태그한 ‘인증샷’이 한 번쯤 올라왔을 겁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샴페인(Champagne)에 대해 먼저 알아볼까요? 샴페인은 프랑스 북동부 상파뉴(Champagne) 지역에서 만든 포도주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주질 등을 고려했을 때 ‘샴페인’이라는 고유명사로 더 불리는 편입니다.
샴페인을 만드는 첫 단계는 우선 베이스 와인(숙성에 들어가기 전 단계의 와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1차 발효한 베이스 와인을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블렌딩 한 뒤 효모와 양분을 첨가해 발효하면 기포, 즉 거품이 발생하는데요.
이 와인을 병에 담아 압력을 가한 상태로 재발효합니다. 효모가 사멸되어도 풍미를 더하고자 1년 반~5년 정도는 그대로 숙성하는데요. 이후 적절한 때가 되면 병을 거꾸로 뒤집어서 효모가 병목으로 모이게 한 뒤 병목 부분을 냉각합니다.
이때 마개를 열면 압력에 의해 효모가 밖으로 튀어나오고, 병 안에는 맑은 와인만 남게 되는데요. 병목 부분을 냉각하고 손실된 양만큼 소량의 와인으로 채워준 뒤 다시 코르크 마개로 병을 막으면 우리가 아는 ‘샴페인’의 모습이 됩니다.
샴페인만의 전통 양조법을 그대로 따랐더라도 상파뉴 지역에서 만들지 않았다면 ‘크레망(Cremant)’이라 불립니다. 제조법도 다르고, 상파뉴에서 만든 것도 아니라면 ‘뱅 무소(Vin Mousseau)’라고 표현합니다.
그 밖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유사품을 만들어냅니다. 스페인의 ‘까바(Cava)’, 이탈리아의 ‘스푸만테(Spumante)’, 독일의 ‘젝트(Sekt)’ 등 여러 품종이 있지만, 그중 샴페인의 맛과 향이 으뜸으로 꼽히는 편입니다. 나폴레옹의 ‘원픽’ 역시 샴페인이었습니다.
여러 브랜드 중 ‘모엣 샹동’을 즐겼던 나폴레옹은 “승리하면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배하면 필요해진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회사 앞 술집에서 들어 본 “월요일은 원래 술 마시는 날, 화요일은 화나서 마시는 날~” 노래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마 프랑스에서도 그랬을 겁니다. 프랑스 서남부 ‘코냑(Cognac)’ 지방에서 포도를 증류해 상업화하기 시작한 게 ‘브랜디(Brandy)’의 기원이라고 전해집니다. 정확한 시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17세기 후반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포도를 증류한 술만 브랜디라고 표현했지만, 상업화를 계기로 포도 이외의 과일로도 곳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맛은 좋지만,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로 브랜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브랜디 제조는 포도 등 과일을 으깨고 부숴 즙을 짜낸 뒤 2~3주간 자연 발효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껍질은 제거하는 게 원칙인데 향을 더하고자 그대로 둘 때도 있다고 합니다. 또 과일을 너무 잘게 으깨면 술이 탁해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발효된 술은 두 차례에 걸쳐 증류합니다. 처음 증류한 원액을 한 차례 더 농축하는 개념인데요. 참 신기하게도 안동소주와 마찬가지로, 증류 후 처음 나오는 원액(초류)과 맨 마지막에 나오는 원액(후류)은 빼고 중간 부분으로 술을 만든다고 합니다.
앞서 코냑 지방을 언급했을 때 “들어 본 것 같은데” 하셨을 수도 있는데요. 바로 이 코냑 지방에서 만든 브랜디를 흔히 코냑이라고 부릅니다. 국내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는 ‘카뮤’, ‘헤네시’, ‘레미 마르텡’ 등이 있습니다.
사실 브랜디는 양조장 입장에서 볼 때 아주 효자 상품입니다. 와인으로 빚어낼 만큼 훌륭한 포도가 아니어도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데다 판매단가가 높은 편이기 때문인데요. 제조·보관 기간이 긴 까닭에 와인산업이 불황일 때 브랜디를 많이 만들어두는 편이라고 합니다.
브랜디는 상업화 이후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다가 19세기 중반 진드기의 일종인 ‘필록세라’가 유럽의 포도밭을 초토화한 뒤 공급과 수요가 모두 급감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위스키가 큰 인기이지만, 왕좌는 본래 브랜디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2002년에만 해도 70ℓ에 달했던 소비량이 20년 새 33%가량 급감한 것이죠. 건강을 생각하면 절주·금주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인데 이 때문에 주류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을 판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8월 남아도는 와인 재고를 없애고, 또 그걸로 피해를 볼 포도 농가를 지원하는데 2억유로(약 2864억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레이션까지 겹친 상황이라 사치재로 여겨지는 와인 소비량이 쉽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문화적 현상이나 어떤 대상 등이 처음 시작한 나라를 ‘종주국(宗主國)’이라고 표현하죠. 샴페인과 브랜디는 물론, 와인 산업 전반의 종주국으로 여겨지는 프랑스로서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꼭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느 날 김치를 안 먹고, 마늘을 안 먹기 시작한다면 그런 느낌일까요. 물론 마늘을 주기적으로 안 먹는다면 한국 사람은 곰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주 <기술자> 코너에서는 일본의 사케, 중국의 고량주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ㅇ세계의 명주와 칵테일백과사전, 칵테일백과사전편찬위원회, 민중서관, 2001
ㅇ술 잡학사전, 클레어 버더(Clare Burder), 문예출판사, 2018
ㅇ그랑 라루스 와인백과, 라루스 편집부, 시트롱마카롱, 2021
ㅇ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Barista Rules)’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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