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선수가 연애해도 돈이 되네? ‘스위프트노믹스’에 신난 NFL

김양희 기자 2024. 2. 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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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오른쪽)가 29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미국프로풋볼(NFL) AFC 챔피언십에서 치프스가 승리한 뒤 남자친구인 트레비스 켈시(치프스)와 키스하고 있다. 볼티모어/AP 연합뉴스

슈퍼볼이 다가온다. 올해는 12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슈퍼볼이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NFL) 최고의 팀을 가리는 단판 승부다.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상대로 2연패에 도전한다. 포티나이너스는 1993~1994시즌 이후 30년 만에 정상 등극을 노린다. 두 팀은 4년 전에도 슈퍼볼에서 만난 적이 있고 당시에는 치프스가 31-20으로 승리했다.

슈퍼볼은 전세계 1억명 이상이 지켜보는 스포츠 대축제지만 올해의 관심은 온통 팝 아이콘 테일러 스위프트에 쏠려 있다. 스위프트의 남자 친구가 치프스에서 타이트 엔드 포지션을 맡고 있는 트레비스 켈시이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해 9월부터 공개 연애를 즐기고 있고, 스위프트는 종종 구장을 찾아 여느 연인처럼 남자친구의 활약을 응원하고 있다. 치프스의 슈퍼볼 진출이 확정됐을 때는 그라운드 위에서 둘이 껴안고 키스까지 나눴다.

테일러 스위프트(오른쪽에서 둘째)가 29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미국프로풋볼(NFL) AFC 챔피언십에서 치프스가 승리한 뒤 남자친구인 트레비스 켈시(치프스)와 좋아하고 있다. 볼티모어/AP 연합뉴스

스위프트는 자타 공인의 미국 최고 가수다. 지난해 대중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혔고, 5일(한국시각) 열린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을 생애 4번째로 받았다. 그래미 어워즈 사상 최초의 일이다.

2023년 3월 시작된 에라스 투어는 대중음악 투어 역사상 최초로 공연 수입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에라스 투어는 올해 12월까지 이어지는데 20억달러는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여행협회는 지난해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가 최소 100억달러의 경제적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한다.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경제학)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장에 나타난 테일러 스위프트 팬. 볼티모어/AP 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레비스 켈시의 사랑을 응원하는 한 팬의 모습. 볼티모어/AP 연합뉴스

NFL 또한 스위프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스위프트가 경기장 나들이를 자주 하면서 평소 NFL에 관심이 없던 팬들도 NFL에 빠져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 팬들(팬덤 명은 스위프티)은 경기 티켓을 사고, 유니폼을 구매하고, NFL 스트리밍 구독권을 구입하며 다같이 모여 NFL을 시청하는 파티까지 열고 있다. NFL을 보는 것이 ‘힙’한 문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스포츠와 멀어지는 MZ세대를 끌어모으려 안간힘을 쓰던 NFL 사무국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음은 물론이다.

스위프트가 처음 치프스 경기를 찾은 뒤 며칠 만에 켈시의 유니폼 판매량은 400% 급등했다. NFL 평균 시청자 수는 179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7% 증가했다. NFL 사무국은 이번 시즌 2000년 이후 최고의 여성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온라인 대출 마켓플레이스인 렌딩트리는 최근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Z세대의 24%와 밀레니얼 세대의 20%가 스위프트와 켈시의 연애 때문에 올해 NFL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 소비자의 16%가 NFL과 관련해서 돈을 쓰는 데 있어 스위프트가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미국 브랜딩 컨설팅 및 분석 회사인 에이펙스 마케팅 그룹은 스위프트와 켈시의 관계가 3억3150만달러에 이르는 NFL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냈다고 밝혔다. 스위프트가 켈시의 경기를 처음 관전했던 9월24일부터 1월22일까지 TV, 라디오, 신문, 디지털 뉴스, 소셜 미디어 전반에 걸쳐 치프스와 NFL에 관련한 스위프트에 대한 미디어 언급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 로스엔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슈퍼볼을 앞두고 최대 관심도 스위프트가 과연 경기장에서 슈퍼볼을 관전할 수 있을 지 여부였다. 스위프트가 10일 밤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을 열기 때문.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아예 스위프트가 슈퍼볼 관전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도쿄와 라스베이거스의 17시간 시차는 스위프트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도쿄돔 콘서트는 오후 6시부터 3시간30분 동안 진행돼 저녁 9시30분 즈음 끝난다. 도쿄돔에서 하네다공항까지는 30분 거리여서 체크인 등 기타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도 밤 10시30분에는 전용기에 탈 수 있다. 도쿄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비행시간은 약 11시간35분이기 때문에 스위프트는 10일(미국 현지시각 기준) 밤새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DC 주재 일본대사관까지 나서서 스위프트의 라스베이거스 정시 도착을 장담했을 정도니까 스위프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올해 슈퍼볼 티켓은 역사상 가장 비싼 슈퍼볼이 될 전망이다. 가장 싼 티켓 가격이 5477달러(727만원)이다. 티켓 평균 가격은 9300달러(1235만원). 20명 수용 가능한 스카이박스 가격은 180만달러(23억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CBS를 통해 생방송 되는 올해 슈퍼볼의 경우 30초 광고 평균 비용이 700만달러(93억원)를 넘어섰다. 초당 23만3333달러(3억1130만원)꼴인데 이미 완판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티켓 가격, 광고 비용과는 별개로 스위프트 한 명만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는 슈퍼볼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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