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①]이통3사 망 빌려 쓴다는데…알뜰폰과 뭐가 다를까
28㎓ 대역 핫스팟 구축+이통 3사 로밍받는 하이브리드형 서비스 개시
서비스 방식은 알뜰폰과 사실상 유사…요금제·과금은 독자 설계
망 투자 부담 없는 알뜰폰 Vs 요금제·서비스 자유로운 '제4이통'
[서울=뉴시스] 심지혜 윤현성 윤정민 기자 = 'SKT vs KT vs LGU+ vs ?'
지난 22년간 유지돼왔던 이동통신 3사 경쟁 시대가 막을 내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어 새로운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낙찰받은 스테이지엑스가 그 주인공이다.
컨소시엄인 스테이지엑스는 올 상반기 정식 법인을 출범하고 기지국 구축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통신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일정에 차질이 없는 한, 이르면 내년부터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스테이지엑스 등 이동통신 4사 경쟁 체제가 된다.
이통3사 망 로밍하는 제4이통, 알뜰폰과 뭐가 달라
자체 과금시스템으로 자유로운 요금설계 가장 큰 장점
이동통신사업자(MNO)는 자체 통신망을 갖춘 기간통신사업자다. 이번에 정부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한 스테이지엑스는 MNO다. 자체 통신망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스테이지엑스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1년 안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스테이지엑스는 정식 법인 설립과 함께 이번에 할당 받은 5G 주파수 대역을 기반으로 통신 서비스 운영을 위한 시스템과 기지국을 깔아야 한다.
하지만 전국망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기존 이통3사 역시 전국 5G망을 완성하는데 3년 넘게 걸렸다. 신규 사업자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서비스 초기 이통3사의 망을 빌려서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28㎓ 대역은 상용화지만, 일부 지역에 제공하는 핫스팟이라 전국망은 이통3사 로밍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하는 이동통신 사업자이기보다 알뜰폰 사업자 중 한 부류인 풀MVNO(자체설비 보유 알뜰폰)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풀MVNO는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이통사와 유사한 수준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무선접속 등 이통사의 최소 시설만 이용하고 코어망 등 다른 부분은 독자적으로 구축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동통신 서비스 운영 측면에선 알뜰폰과는 확연히 다르다. 스테이지엑스는 과금 등을 위한 코어망을 갖추고 있어 자체 요금제 설계가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가입자들의 이용 패턴을 반영해 새로운 요금제를 발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
최근 이통3사가 데이터 구간을 세분화 한 5G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스테이지엑스는 가입자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할 것”이라며 "각종 수수료와 유통 구조를 바꿔 파격적인 가격의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은 이러한 인프라가 없어 요금제 다양성 확보가 어렵다. 망을 도매한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요금제만 이용할 수 있다. 출시된 요금 구조가 대부분 비슷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기본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저렴한 요금제 출시에 유리하다.
다만 요금 경쟁 만으로 시장에서 안착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후발 사업자로서 선발 사업자를 추격하기 위해 품질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도록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 요소다. 이통3사는 매년 설비투자(CAPEX)에 조단위 규모를 투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스테이지엑스는 28㎓ 뿐만 아니라 자체 인프라를 통한 전국망 구축을 위해 중저대역까지 할당 받아 투자해야 한다.
비슷한 해외 사례로는 일본의 라쿠텐모바일이 거론된다. 라쿠텐모바일도 이통3사 체제 속 알뜰폰에서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로 2020년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망 구축이 되지 않은 지역은 타 통신사의 망을 로밍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가입자 성장 정체와 함께 이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고, 파격 혜택으로 제시했던 '1GB 미만 무과금' 등 요금제 정책도 중도 포기했다.
초기에는 일본도 시장 경쟁이 활성화 되는 듯 했으나 라쿠텐모바일이 성장 정체로 한계에 부딪친 분위기다. 스테이지엑스가 차별화된 요금제 등을 내세우더라도 장밋빛 미래만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서 대표는 "후발 주자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많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혁신성과 진정성으로 무장해 기존 없던 통신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신뢰를 얻어가겠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이통3사와 같은 수준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신규 이통사가 얼마 만에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예단하긴 어렵지만 정책 영역 안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hsyhs@newsis.com,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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