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잦은 도발과 '한반도 전쟁 위기설'... 그러나 "공격 임박의 지표는 없다"[문지방]

김진욱 2024. 2. 9. 1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수중핵무기체계 '해일' 추정 무기체계.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나친 주장이라고 들릴지 모르겠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50년에 할아버지(김일성 주석)가 그랬던 것처럼 전쟁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연초부터 한반도에 전쟁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여러 해외 전문가들이 북한의 잇단 도발을 근거로,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건데요.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지난달 11일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가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이었습니다.

내용은 명확했습니다.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북한 문제에 있어 수십 년의 명성을 쌓은, 미국을 대표하는 북한 전문가 두 명이 입을 모아 '제2의 6·25' 가능성을 제기한 겁니다.

지난해 11월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목재로 된 초소 구조물을 짓는 모습. 국방부 제공

‘9·19 합의’ 사실상 파기... 한반도 ‘전운’ 감돈다

두 전문가의 분석과 전망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1일 북한은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22일 9·19 군사합의 1조 3항에 규정된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으로 맞대응했습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았죠. 다음 날인 23일 국방성 성명을 내놓으며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는 "9·19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사실상 합의문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게다가 양측은 '말'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3일 연속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으로 포사격을 감행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8일 "우리 군도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며 맞불을 지폈습니다. "우리도 9·19 합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이었습니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北, 美 향해 정치적 의미 담은 도발?

이 같은 움직임에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6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북한의 호전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북한의 도발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겁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CSIS는 "북한은 미국 선거 기간 동안 도발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됐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양자외교가 지속되는 기간은 대화가 없던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발이 적었다"는 겁니다.

더불어 김정은이 보인 도발이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보다 더 격하다는 분석도 더해졌습니다. CSIS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중간선거 또는 대선이 열리는 해 1월 1일부터 다음 해 미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까지의 평균 도발 횟수는 김정일 시절의 평균 도발 횟수에 비해 375%나 급증했습니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의 김정일 시대 미국 선거가 있던 해에 북한은 평균 4차례 도발을 감행했지만 2012년부터 2022년까지의 평균 도발은 연 19회에 달했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CSIS 기준 55차례나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 선거도 겹쳐... 北 도발 ‘성수기’ 될 듯

이 같은 전망은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미국에 대선이 있다면, 한국 역시 4월 총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면서 위기는 증폭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진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해 "이는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과 정부는 하나가 되어 북한 정권의 기만전술과 선전, 선동을 물리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신형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2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지난해 비해 1월 도발 8배로 늘었다... 2022년과 유사

그래서인지 올해 북한의 도발은 지난해와 양상이 다릅니다. 일단 빈도가 크게 증가했고 무기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지난해 1월 북한은 단 한 번 도발했습니다. 새해 벽두인 1일 오전 2시 50분 평양시 용성구역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1월에만 총 8차례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1월 5~7일에 걸쳐 3차례 서해 완충수역으로 포사격을 감행했고, △14일에는 평양 일대에서 극초음속 고체연료추진 추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동해에서 진행했다고 밝혔고 이어 △24일 불화살-3-31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수발을 서해상으로 △28일에는 같은 미사일을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30일에도 화살-2형 순항미사일을 황해로 발사했죠.

이는 대선이 있었던 2022년과 유사한 양상입니다. 북한은 2022년 1월에만 최소 7차례 도발했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열차발사형탄도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지칭하는 화성-11나형 탄도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지금은 화살-2형 순항미사일로 분류되는 순항미사일을 잇따라 쏘아 올렸죠.

북한이 동해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 주민들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美 전문가 “북한 공격 임박 지표 전혀 없어”

하지만 '한반도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 자문은 2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일러 자문은 "물론 북한이 어느 정도 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는 지표는 전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일러 자문은 "북한 정권의 대화 거부 및 무력 증강, 선제 타격 가능성 위협 등은 또다시 '북한이 (전쟁을) 준비 중인가'라는 질문을 야기한다"고 말하면서도 "해당 문제를 지난 40년간 고민해온 사람으로서 대답은 일부 약점에도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짖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