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만나고파" 1형 당뇨병 가족, 대통령실까지 170㎞ 행진 중

정심교 기자 2024. 2. 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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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환아 박윤희(가명·만 8세) 양과 그의 아빠 박근용(세종시췌도부전증학부모협의회 회장) 씨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건 웨건을 끌며 3일째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용 씨는 "꼭 완주하고 싶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꼭 만나주면 좋겠다"며 "사회적으로 1형 당뇨병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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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환아 박윤희(가명·오른쪽) 양과 그의 아빠 박근용 씨가 세종시에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1형 당뇨인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편견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1형 당뇨병 환아 박윤희(가명·만 8세) 양과 그의 아빠 박근용(세종시췌도부전증학부모협의회 회장) 씨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건 웨건을 끌며 3일째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목적지는 서울 용산구의 '대통령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약속한 건 아니지만, 만날 수 있다면 1형 당뇨병 환자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게 이들의 도보 행진 취지다.

박 씨 부녀는 지난 7일 오후 6시 세종시 한누리대로에 위치한 세종시의회를 걸어서 출발했다. 이곳에서 대통령실까지는 약 170㎞다. 10박 11일 간 예정된 이들의 여정엔 1형 당뇨병 환자들이 동행하고 있다. 김미영 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윤희가 아직 어려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아버님의 간절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박근용 씨에게 당부했다.

박근용 씨는 "꼭 완주하고 싶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꼭 만나주면 좋겠다"며 "사회적으로 1형 당뇨병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진 첫날인 7일 저녁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 도착한 박 씨 부녀. /사진=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행진 둘째 날인 8일 오전, 박 씨 부녀가 충북 식약처로 출발하기 전 모습. /사진=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

이들 부녀는 세종시 보건복지부,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거쳐 10일 충남 천안역, 11일 경기도 평택시청, 12일 경기도 오산시청을 찍고 수원의왕과천을 거쳐 16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17일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할 예정이다. 단, 윤희의 컨디션에 따라 일정은 조정할 수 있다.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2022년 기준 4만4552명이다. 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베타세포를 파괴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 △먹는 약이 없어 매일, 평생 주사로만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2형 당뇨병과 다르다. 진단과 함께 하루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꼬박 챙겨 맞고 손가락을 하루에도 여러 번 찔러야 살 수 있다. 먹는 약도, 완치법도 없어 이들의 온몸엔 바늘자국 투성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이다.

1형 당뇨병 환자들에 따르면 "아픈 애는 만나는 게 아냐"라며 1형 당뇨병인 친구를 못 만나게 부모가 만남을 차단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소아뿐 아니라 성인 환자에게도 1형 당뇨병은 오점이자 주홍글씨다. 결혼 전 1형 당뇨병 사실을 알리고 파혼당하거나, 1형 당뇨병으로 입대가 면제된 남성이 취업을 위한 면접전형 때 군 면제 사유를 언급했다가 탈락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환자들은 국내에서도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인식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편견 없이 1형 당뇨병 환자가 채혈하거나 주사를 맞는 것, 몸에 부착한 연속혈당기기 등을 자연스레 볼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병은 유전·선천적 질환이 아니고 누구든 성인이 돼서도 갑자기 걸릴 수 있고 소아 비만, 운동 부족, 나쁜 식습관 등 때문에 발병하는 것도 아니다"며 "하지만 관리를 잘하면 건강하게 클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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