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턴파’ 진우영의 다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MK인터뷰]
매년 수십, 수백 명의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고 프로 선수가 되지만, 이들 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아도 좁았던 문은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마이너리그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며 더 좁아졌다. 때마침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코로나19)은 이들에게 좋은 명분을 만들어줬다.
LG트윈스의 신인 우완 진우영(23)은 그 흐름의 희생양이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즈 마이너리그 선수였던 그는 2019년 루키 레벨에서 14경기 평균자책점 2.35로 호투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해를 쉬었고 2021년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46으로 부진했다.
“처음에는 아쉬웠다. 뭔가 좀 해보려고 하다가 마무리된 느낌이었다.”
LG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스쿨파크에서 만난 진우영은 당시를 떠올렸다.
흔히 말하는 ‘눈물 젖은 빵’은 아니었지만, 한여름에 불타는 애리조나의 더위는 그를 힘들게 했다. “49도까지 올라가니까 훈련하기 힘들고 지치고 그랬다. 경기는 야간에 하지만 그래도 더웠다. 더위와 싸우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팬데믹으로 생긴 1년의 단절은 치명타였다. 인생에 ‘만약에’는 없지만, 만약 팬데믹이 없었다면 그의 커리어도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팀에서는 전년도(2019년) 성적이 워낙에 좋다고 판단했기에 그 감각이 (2020년에) 이어졌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만약의 상황이다.”
과거 한탄을 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얽매여서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서둘러 계획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다.”
“경기 감각이 없다 보니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입단했다. 잃었던 감각을 조금씩 찾았다. 경기 감각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파주챌린저스에서 몸을 만든 그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LG에 지명됐다.
그렇게 그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이제는 과거 경험을 “큰 후회 없이 배우고 돌아왔다. 엄청나게 아쉽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할 정도로 튼튼해졌다.
어린 시절 LG의 어린이회원에 가입하고 임찬규, 이대형, 김현수의 유니폼을 입고 팀을 응원했던 ‘엘린이’가 이제 이 팀의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위에서만 봤는데 나만 잘하면 뛸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새롭다.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소감을 전했다.
현재는 스프링캠프에서 선배들의 도움속에 시즌을 준비중이다. “애리조나에서 한국 사람과 같이 있으니까 애리조나에 온 거 같지 않고 기분도 좋다”고 말한 그는 “선배님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적응에 도움도 주고 계신다. 선배들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라 조언을 따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특별히 많은 도움을 준 선배로는 임찬규를 꼽았다. “불펜 투구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선배님이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을 잡고 하고 있다.”
팀의 에이스인 케이시 켈리도 그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진우영에 대해 “내가 ‘안녕’이라고 하니까 영어로 ‘하이’라고 하더라. 커브를 배우기를 원하면 당연히 가르쳐 줄 것이다. 나도 언제든 다른 선수가 좋은 공이 있으면 배우고 있다. 나도 물어보면 뭐든 가르쳐 줄 것이다. 지금은 부끄러운 모양인데 물어보면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우영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친해진 다음 기회가 될 때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물어보고 싶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평범한 신인은 아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들은 좋은 양분이 될 것이다. 그는 “팀에서 이렇게 활용하겠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 잘 준비할 것이다. 열심히 해서 프로에 데뷔하는 것이 목표다. 나이는 대졸이지만, 그래도 군 문제도 해결했고 나 자신에게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무를 다했으니 이제 야구밖에 할 일이 없다. 집중하면 이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다음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미국에) 다시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마지막 목표는 여기를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돌아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누구든 가진 목표다. 차근차근 경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며 미국 무대 재도전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루키 시절 동료였고 현재는 캔자스시티의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바비 윗 주니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꿈은 더 커져만 간다. “재능이 다른 친구였다. 첫해는 고졸이라 체격도 작고 그랬는데 다음 시즌에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때부터 잠재력을 터트리더니 바로 빅리그까지 올라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주 부럽다. 그 꿈을 가지고 야구를 했기 때문이다. 내게 동기부여가 된다. 그 친구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진우영은 글로벌선진학교 출신으로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성장한 배경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감도 드러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공부하며 야구 경기를 하는 것이 추세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렇게 해도 야구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룬다면, 그의 말처럼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표의 끝에서 진우영은 어떤 야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힘주어 이같이 말했다.
“사람들에게 야구로, 그리고 야구 외적으로 선한 영향을 끼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 경기를 보러오는 팬들이 즐거워하는 야구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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