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승인만 남은 스웨덴 나토 가입···러시아 앞 발트해 ‘서방 호수’된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비준함에 따라 31개 나토 회원국 중 아직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헝가리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5일 헝가리 여당 피데스가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안 처리 표결에 불참해 가입이 지연되고 있으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공식적으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 가입 절차를 완료한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의 일원이 되면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발트해는 나토 회원국들에 의해 둘러싸인 ‘나토의 호수’가 된다. 러시아 제 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 발트함대 기지가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해군 전력을 북해로 투사할 수 있는 통로가 가로막히는 셈이다.
특히 스웨덴 남동쪽 해안에서 약 100㎞ 떨어진 스웨덴 영토 고틀란드 섬이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힌다. 고틀란드는 발트해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기에 용이하다. 벤 호지스 전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은 2017년 고틀란드를 방문해 “전 세계에서 이곳보다 더 중요한 섬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웨덴은 냉전 시기 2만5000명의 병력을 고틀란드에 주둔시켰으나 냉전 종식 후 안보 위협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2005년 고틀란드를 비무장화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 이후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자 2016년 병력을 재배치했다. 2018년에는 CV90 장갑차와 레오파드 2 전차 등으로 구성된 기계화 대대와 상륙강습 대대를 배치했고 2021년에는 방공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스웨덴은 현역 1만4600명, 예비군 1만명 등 병력 규모는 작지만 상당한 군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조사한 2024년 군사력 순위에서 145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GFP 조사를 기준으로 현재 나토 31개 회원국 중 스웨덴보다 군사력이 강한 국가는 미국(1위), 영국(6위), 튀르키예(8위), 이탈리아(10위), 프랑스(11위), 스페인(20위), 폴란드(21위) 등 7개국이다. 지난해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는 50위로 평가됐다.
스웨덴은 육군(69위)에 비해 공군(47위)과 해군(5위)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공군은 주력기로 자체 제작한 사브 JAS 39 그리펜을 사용하고 있고 C-130 수송기도 보유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스웨덴의 잠수함 전력이 발트해에서 나토의 해군력 증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웨덴 해군은 1904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했으며, 평균 수심이 약 60m에 불과해 미국과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활동하기에는 깊이가 얕은 발트해에서 기존 나토 회원국들이 갖지 못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 스웨덴은 사이버전 역량에서도 유럽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북유럽에서 나토의 대러 억지력이 강화되는 한편 이에 상응해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위협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2022년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하자 같은해 6월 “나토군과 기반 시설이 배치되면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우리에게 위협이 발생하는 지역에 동일한 위협을 가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웨덴은 나토 가입을 통해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칼 오스카 불린 민방위장관은 지난 7일 연례 안보방위 컨퍼런스에 참석해 “스웨덴은 곧 전쟁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카엘 비덴 합참의장은 “각 개인이 정신적으로 전쟁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나토가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냉전 후 최대 규모 연합군사 훈련인 ‘확고한 방어자 2024’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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