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가족들 모두 건강하길" 북적이는 수원역·전통시장
전통시장엔 차례상 준비 시민 발길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오랜만에 가족들 만날 생각에 신나요. 새해에는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모두가 바라는 일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설 연휴가 시작된 9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은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양손에는 보자기로 정성껏 포장된 선물이 한 아름 들려 있었다.
승차권 발매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에는 대부분 빨간 글씨로 '매진'이라고 쓰여 있었다.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천안이나 시간이 늦은 일부 열차에는 '입석'이 남아 있었다.
미처 예매를 못한 시민들은 창구에 길게 줄을 서서 고향으로 가는 가장 빠른 표를 찾았다. 창구 직원은 부산행 기차표를 찾는 승객에게 "매진이라 1시41분 입석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창구 줄에는 유독 외국인들이 많이 서 있었다. 예매를 못한 탓이다. 박스공장에서 일한다는 미얀마 출신 라저(28)씨는 "대전에서 미얀마 친구들이 모이기로 했다. 부산에서도 오고, 수원에서도 간다. 앱으로 예매를 못 해서 줄을 서서 간신히 2시간 뒤 표를 구했다"라고 웃어 보였다.
아들과 함께 시댁과 친정이 있는 부산에 간다는 정모(57·여)씨는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건시를 명절선물로 준비했다. 그는 "직장 때문에 미리 못가서 연세 많으신 시어머니께서 차례 음식을 준비하신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새해에는 시댁, 친정 어른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는 일 잘 되길 바란다. 우리 아들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꼭 합격하길 바란다"라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아내, 두 딸과 부산행 기차를 기다리는 최모(48)씨는 "오랜만에 어른들 뵙고 가족들 모일 생각에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고, 올해는 경제가 어렵더라도 다들 바라는 일이나 소망하는 일을 이루는 해가 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오전 11시25분 부산행 열차 문이 닫히자마자 한 청년이 급하게 달려왔다. 역무원 이모(57)씨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려봤지만, 열차는 이내 출발했다.
동대구에 가려던 청년은 "창구에서 입석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역무원의 설명을 듣고 난처하단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씨는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 최대한 탈 수 있도록 돕지만, 이럴 땐 규정상 조치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깝다. 5분 뒤에 열차가 들어올 텐데, 앞차가 가야 뒤차가 올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몰려오는 승객들에게 열차 칸을 안내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진 않는지 연신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한 시민이 따뜻한 꿀차 한 병을 이씨에게 건넸다.
웃으며 꿀차를 받아든 이씨는 "무탈이 최고다. 무탈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한 뒤 시민들에게 향했다.
앞서 오전 9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정자시장은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곳곳에서 "명절 세일 합니다. 보고가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치는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상인들은 평소 명절에 비해 손님이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돼지갈비 할인'을 홍보하던 정육점 직원 정모(24)씨는 "일한 지 딱 1년 됐는데 작년과 비교해도 확실히 사람이 적다. 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고, 바로 앞에 생긴 대형 쇼핑몰 영향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물과 전을 팔던 한 상인은 "명절이라 평소보단 손님이 많아도 작년보다 확실히 줄어든 게 느껴진다. 물가가 올라서 시민들 주머니사정 때문 아니겠나"라고 했다.
상인들의 말처럼 한껏 오른 물가에 시민들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김모(55·여)씨의 장바구니에는 까만 비닐봉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그는 "야채를 사러 왔는데 시금치 소쿠리에 8000원이라고 하더라. 온누리상품권을 쓰려고 일부러 시장에 왔는데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 시장이라고 싼 것 같지 않다"라고 아쉬워했다.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온 박모(44)씨는 "차례를 지내야 하니까 장은 보는데, 최대한 적게 사려고 한다. 지난 명절보다 1.5배는 오른 것 같다"면서 "다음 명절에는 물가가 많이 내려서 잔뜩 살 수 있길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시장을 둘러보던 만둣집 사장 박모(59·여)씨는 "시장에 사람이 많아야 우리도 장사가 잘 되는데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만두 재료를 사러 가면 정육점도, 야채가게도 다들 힘들어졌다고 한다"라고 속상해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다 같이 걱정 없이 잘 돼서 시장에 손님도 많아지고, 다 같이 번창했으면 좋겠다"라고 새해 덕담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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