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대통령 명절 선물’…‘십자가 그림’ 이전엔 이런 ‘구설수’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에 보낸 설 명절 선물이 때아닌 ‘십자가’ 논란을 빚었다. 선물상자에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 환자들이 소록도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동봉돼 있었다. 문제는 십자가·묵주·성당 등이 그려진 그림이 불교계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벌어졌다. 편지 속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 한센인 환자의 기도문까지 씌어 있어 불교계 일각에선 “종교 편향”이란 지적이 나왔다.
불거진 논란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1일 조계종을 직접 찾아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대통령실은 선물을 회수한 후 재발송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명절마다 각계에 보내는 ‘선물’은 화제에 오른다. 그만큼 구설에 오르는 일도 빈번하다.
대통령이 선물을 보낸 상대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설,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기자 등 보수 유튜버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적절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올해 제복 영웅과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종교계, 각계 원로 등에 선물을 보냈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9221134001
다양한 선물 대상자와 품목에 예기치 못한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는 대통령 명절 선물. 역대 정부에선 어떤 구설이 있었는지 알아봤다.
‘누구에게’ ‘무엇을’ ‘왜’···모든 게 관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추석에 복분자주를 선물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소곡주, 2005년 문배술, 2007년 이강주 등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명절 선물에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 재임 기간 10번의 명절 중 아홉 차례 전통주 선물이 포함됐다.
구설은 딱 한 번, 술이 아닌 전국 9곳의 특산 차와 다기 세트를 2006년 추석 선물로 정했을 때 일었다. 선물 대상자 중 그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가 포함된 것에 대해 “차를 마실 여유가 있겠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가 수재민에게는 쌀,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MP3 등으로 선물을 교체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명절 선물로 각 지역 특산 농산물을 애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추석 때 올해와 비슷한 종교 편향 구설에 오를 ‘뻔’ 했다. 당시 황태·멸치 세트를 준비한 청와대는 큰 스님 200여명에게 이를 보내려다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에 막판 선물을 다기 세트로 교체해 구설을 피했다. ‘소망교회 장로’임을 공공연히 밝혀 온 이 전 대통령은 종교계에서 편향성 우려를 제기해 온 터라, 더 신경 쓴 처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중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도입됐다. 통상 7만원 내외이던 대통령 명절 선물의 단가가 법 취지에 따라 낮춰진 계기가 됐다. 법 시행을 앞두고 명절 선물 관행을 없애자는 차원에서 일부 야당 의원이 대통령 선물을 반송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의혹은 뒤늦게 제기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명절 선물 선정에도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2016년 설 선물에는 화장품이 포함됐는데, 이 화장품이 최씨가 단골로 다니던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원장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명절 선물 상자에 다양한 디자인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전의 선물 상자가 간단한 전통문양으로 제작됐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설에는 십장생도가, 같은 해 추석에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상자를 사용했다.
그러던 2022년 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가 상자 그림을 문제 삼아 설 선물을 돌려보내는 일이 있었다. 해당 상자에는 독도를 배경으로 한 일출 장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독도 영유권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던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에 그러한 그림이 그려진 선물을 보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는 당시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망을 주기 위해 독도의 일출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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