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디지털 디톡스… 자기계발 다큐 보는 연휴 어떨까
새해 첫 날, 누구나 가슴에 목표 하나씩은 품습니다. 올해는 꼭 살을 빼겠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새벽형 인간으로 거듭나겠다는 등의 목표죠. 혹시 1월1일 세운 다짐이 잘 지켜지지 않아서 속상하신가요? 하지만 진짜 새해는 구정부터라고 생각해봅시다. 이제 다시 목표를 세우면 됩니다.
설 연휴 기간 ‘집콕’하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프로그램 정주행을 하실 거라면, 건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다큐멘터리는 어떨까요. 숏폼 콘텐츠와 도파민에 중독돼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집 정리에 대한 팁을 주고, 마음 비우기 훈련을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들을 소개합니다.
다이어트, 먹는 것을 돌아보는 데서 출발
‘다이어트의 8할은 식습관, 2할이 운동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는 평소 우리가 먹는 것을 돌아보고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는 데서 옵니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수시로 섭취하는 가공육을 포함해 동물성 식단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감독인 킵 앤더슨은 당뇨, 암, 실장질환 등 가족력 때문에 오랫동안 건강염려증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는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분류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관련 뉴스들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미국 심장협회, 암 학회 등 각종 건강협회에서 가공육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감독은 축산, 낙농업계가 건강관련 협회를 후원하는 것이 가공육 섭취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다큐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기 위해서는 채식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현미밥, 브로콜리에도 상당한 양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음식이 나를 만든다:쌍둥이 실험>은 내가 먹는 음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을 담았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크리스토퍼 가드너 교수 연구진은 미 전역에서 21쌍의 일란성 쌍둥이를 모집합니다. 한 명에게는 채식을, 다른 한 명에게는 육류를 포함한 잡식을 하도록 했죠. 다큐에는 쌍둥이들이 8주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과정이 자세히 담깁니다.
쌍둥이들을 비교한 결과는 놀랍습니다. 채식을 한 참가자들은 내장지방, 노화, 성기능, 체내 미생물 구성 등 각종 검사에서 훨씬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듭니다. 단 8주 만에 이뤄진 변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일상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당장 실천하고 싶어집니다.
집 정리, 비우는 데서 출발한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고 비우는 ‘미니멀 라이프’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죠.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은 한때 고액연봉자였다가 지금은 미니멀리스트가 된 두 청년이 주인공인 다큐입니다. 조슈아 필즈 밀번은 27살에 150개 소매 점포의 관리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는 좋은 순간에도, 슬픈 순간에도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건을 버리고 비우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가볍고 행복해지게 됐다는 것을 느낍니다.
두 청년은 자신들이 왜 물건을 사들이는 데 집착하게 됐는지를 돌아봅니다. 현대인은 마음의 공허함을 물건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하죠. 다큐는 ‘매일 1개씩 물건 버리기’ ‘쓸모 없는 물건은 전부 포장해서 3주 뒤에 안 쓴 것부터 버리기’ 등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THE 정돈된 라이프>는 좀 더 구체적인 정리 팁을 알려주는 다큐입니다. 정리 전문가인 클리아와 조애나는 집 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더 홈 에딧’에서 일합니다. 다큐는 이들이 남의 집에 가서 정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두 가정이 나오는데, 한 집은 평범한 가정이고 한 집은 우리도 잘 아는 셀러브리티의 집입니다. 리즈 위더스푼, 드루 배리모어, 크리스 프랫 등이 집 정리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정리전문가들이 주는 정리 팁은 새겨들을 만하죠. ‘물건은 옷, 책, 잡동사니, 서류, 추억의 물건 순서로 정리하라’, ‘색깔별로 분류하면 정리가 쉽다’ 등의 팁은 쉽게 따라 해볼 만합니다.
SNS 줄이고 도파민 중독을 벗어나려면
<소셜 딜레마>는 거대한 SNS 산업이 우리를 어떻게 중독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지 보여주는 다큐입니다. 감독인 제프 올롭스키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 등 거대 IT 기업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관계자들은 IT 회사 개발자들이 인간 심리의 취약한 부분을 더 깊게 파고들어서 SNS 중독에 빠뜨리게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털어놓습니다.
다큐에서는 드라마 형식으로 SNS 중독을 재연하는 장면들도 나옵니다. 밥 먹을 때는 스마트폰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한 청소년은, 스마트폰을 넣어놨던 세이프 박스를 박살내고 스마트폰을 꺼내갑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익스플레인:뇌를 해설하다>는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탐구하는 다큐입니다. 기억, 꿈, 불안, 환각 등을 주제로 뇌의 작동기제를 설명하죠. 한 주제당 10~15분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구성돼 있어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시즌2 ‘집중력의 비결’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집중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이라는 용어가 생겼는데, 사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여러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90분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옵니다. 다큐에서는 “인간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는 우리의 마음”이라며 무엇에 집중하고 싶은지를 우선 생각해보라고 권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나에게 집중하기
<신경 끄기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2000만부가 팔린 작가 마크 맨슨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저자인 마크 맨슨이 직접 등장해 자신이 삶 속에서 깨우친 신경 끄기 기술에 대해 풀어놓죠.
신경 끄기는 남들에게 단순히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 ‘꺼져’라고 말하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는 “SNS에 접속하면 마치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드는데 그건 결코 현실이 아니며,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한다”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 중요하게 생각할 만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좀 더 집중하고 삶을 살아보라고 권하죠.
<헤드스페이스: 명상이 필요할 때>는 명상 초보자도 쉽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게 돕는 콘텐츠입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핸드폰을 내려놓고서 마지막으로 주변의 방해 요소에서 벗어난 것이 언제인가요, 가장 최근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물음으로 영상이 시작됩니다. “(명상은)자신이 어떠한 생각이나 잡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천천히 그러한 생각을 흘려보내고 나서 주의 집중 대상으로 돌아오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같은 내레이션을 들으며 천천히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한국어 더빙은 배우 이도현이 했다고 하는데, 목소리가 참 좋습니다.
총 8편의 영상은 명상에 입문하는 방법부터 삶을 사랑하기, 스트레스 다루기, 고통 다루기, 화 다스리기 등의 주제로 구성돼있습니다. 마음을 비운 후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새해 목표를 다시 세워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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