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개화에...‘진해군항제’ 역대 가장 이른 3월 22일 개막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축제를 연다. 지구온난화로 벚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축제 일정도 4월 초에서 3월 말로 점점 빨라지는 것이다. 경남 창원시는 “올해로 62회를 맞는 진해군항제를 3월22일 개막해 4월1일까지 열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1963년 시작한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군항제 개막일이 이처럼 빠르기는 처음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4월 1일에 축제를 시작했다. 지난해는 3월 2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5일 개막했다.
1963년 1회 때는 4월 5일에 개막해 16일까지 열렸다. 1회 축제 때와 비교하면 60여년 만에 축제 개막일이 2주가량 빨라진 셈이다.
축제 개막일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벚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벚꽃 관측을 시작한 2015년부터 4년간 진해구 여좌천 로망스다리 일대 벚꽃은 3월이 끝나는 29일부터 31일 사이 만발했다. 그러다 2019년과 2020년에는 3월 26일로 시기가 당겨졌다. 2021년에는 3월 23일에 만발했다. 기상대는 나무 한 그루에서 80% 이상 꽃이 활짝 피면 ‘만발’로 판정한다고 한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올해 벚꽃은 지난해보다 빨리 필 것으로 관측된다.
평년보다도 짧게는 1일, 길게는 일주일 넘게 개화 시기가 빠를 전망이다. 제주가 가장 빠른 3월 20일에 개화할 것으로 보이고, 그 뒤를 전주가 3월 22일, 서울과 울산·부산이 3월 24일, 여수와 포항 3월 25일, 광주와 대전 3월 27일, 목포가 3월 28일, 강릉 3월 30일 등이다. 4월 1일은 수원이, 이달 3일에는 춘천·인천 등에서 벚꽃을 만나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봄꽃 개화 시기가 눈에 띄게 일러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이상돈 교수가 미국·영국 공동 연구팀과의 연구에서 지난 100년 사이 매화는 약 53일, 개나리 약 23일, 벚꽃은 약 21일 개화 시기가 당겨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봄이 시작되는 시기는 농업과 관광 등 사회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먹이사슬을 붕괴해 식물과 동물의 생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는 전국 계절성 축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1월 20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던 ‘안동 암산 얼음축제’를 취소했다. 매년 20만명이 찾는 지역 대표 축제를 취소하게 된 것은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얼음 두께가 충분히 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던 강원 인제군의 빙어축제도 취소됐다. 평년 대비 많은 비가 내려 소양감댐 수위가 높았고, 따뜻한 날씨로 얼음이 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초 개최 예정이던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는 겨울철 한파와 가뭄 등으로 꽃이 50% 이상 고사해 취소됐다.
진해군항제를 주관하는 이충무공선양군항제위원회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벚꽃이 빨리 필 것으로 예상해 축제 일정을 잡았다”며 “앞으로는 3월 중순에 벚꽃 축제를 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진해군항제는 진해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펼친다. 진해를 찾은 관람객은 여좌천에서 해군사관학교까지 도보로 이동하면서 군항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진해역에서 중원로터리 구간에는 ‘방위산업 홍보 쇼케이스’ 거리를 조성해 글로벌 방산도시 창원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시민 체험·참여행사도 확대한다. 프로포즈 무대, 군항가요제, 코스프레 거리 조성, 벚꽃EDM페스티벌 등을 마련하고, 벚꽃 예술제, 창원시립예술단 창작뮤지컬 안골포 해전 등 지역 내 예술 행사와도 연계한다.
풍물시장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도 시행한다. 음식 가격·중량·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운영 업체명과 대표자 실명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확보에 나선다. 바가지요금 신고 포상금 제도와 요금 단속반 운영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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