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진, '험지 출마 바람'…수도권에서도 불까
PK는 전통적 보수 지역…'해볼만 하다' 분위기
서울 강남 3·4선, 강북에서도 통할지는 의문
당 내 "중도층 잡을 참신한 인물 필요" 목소리도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내 '중진은 험지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5선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 갑)과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당의 요청을 받고 각각 부산 북·강서 갑과 경남 양산 을으로의 이동을 결정한 데 이어,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도 경남 김해 갑 또는 을 출마를 당으로부터 요청 받고 고심 중이다.
지난해 말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험지 출마 요청에도 꿈쩍 않던 중진들이 속속 움직이기 시작하고, 당 내에서도 공천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남아있는 중진들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세 분에게 말씀드린 기준을 보면 기존에 계셨던 곳, 옮겨가시는 곳 두 곳 다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도전의 일환"이라며 "당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해당 의원님께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같은 당의 요청을 들은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헌신'을 강조하며 화답했다. 서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나라와 당을 위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벨트 탈환이 나라를 위한 큰 승리의 출발이 되리라 믿는다. 당을 위해 제가 더 쓸모있게 쓰인다면,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도 또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두 의원은 혼자 희생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 의원은 "(더 많은 중진이) 험지 출마를 수용하면 당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진이 마음을 비우고 수용하고 같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역시 '중진 중 험지 출마자가 더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가장 어려운 상황이고, 쓸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공천이) 모양은 좋지 않으나 (기존 험지 지역구 출마자가) 당 입장에서 2% 부족하다면, 승리를 이끌기 위해선 명장을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속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구는 지명도가 높은 중진이 험지 출마를 결단할 경우, 여당이 탈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곳이다. 서 의원이 출마할 부산 북·강서 갑의 경우, 현재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재선)이 현역으로 있으나 원래는 13대부터 보수정당의 이른바 '텃밭'이었다. 18대·19대에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전 의원이 박 전 장관에게 약 2%p 차 신승을 거뒀을 정도로 여당으로서는 해볼만 한 곳이다. 김 의원이 갈 양산 을 역시 지난 총선에서 현재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나동연 현 양산시장 상대로 약 1.7%p라는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과거 지도부에 몸담았던 한 여권 인사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서 의원은 부산시장을, 김 의원은 경남지사를 역임한 분"이라며 "각각 부산과 경남 어디를 가도 경쟁력이 있으신 분이라 민주당 의원이 있는 곳에 도전해 의석을 하나 더 가져오게 된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PK와 함께 당 약세지역으로 분류되는 수도권 내에서도 중진들이 험지에 나서게 될 거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는 전략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여권 인사는 "수도권은 약간 경우가 다르다. 강남 지역에서 3~4선을 한 분들이라고 해도 강북에서 소구력이 있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수도권에는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더 신선한 사람이 와야 한다"고 했다.
장 사무총장도 '수도권 험지 중진 출마' 전략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헌신을 말할 때는 그 의원이 다른 곳에 갔을 때 승리할 수 있을지, 그 지역이 우리에게 어떤 지역인지 고려해야 한다. 저희들에 유리한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어떤 지역이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PK 지역 내 지명도가 있는 남은 현역 중진으로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울산 남구 을)와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 을) 정도가 꼽힌다. 이 중 김 전 대표는 당이 울산 북구 출마 요청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돈다. 그러나 장 사무총장은 "김태호·조해진·서병수 의원 외 공식적 말씀을 드린 의원은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당 내선 PK가 아닌 다른 지역도 중진들이 자진해 험지 출마를 결단해주면 총선 과정에서 당 분위기가 더 살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한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당선이) 안정적인 지역에서는 괜찮은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들끼리 경선을 하게 하고, 중진은 다른 지역에 가서 싸우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지도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형성이 돼 있다"고 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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