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美 소형주?...그래도 월가 낙관론 계속되는 이유는

김은정 기자 2024. 2.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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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모습/블룸버그

올해 미국 증시는 소형주가 주도할 것이란 월가의 당초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미국의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연초 이후 3.1% 하락하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잠시 대형주 수익률을 앞지를 정도로 선전했지만 올 들어선 내내 부진하다.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진 탓에 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주는 경기에 민감하고 고금리로 인한 차입비용 상승에도 타격을 많이 받는다.

반면 대형 기술주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침없이 오르는 중이다. AI(인공지능)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금리 불확실성을 압도하고 있다. 신고가를 갈아치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에 힘입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올들어서만 6.7% 뛰었고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2.6%, 5.3% 올랐다.

그럼에도 월가에선 “소형주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실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 대상 설문에서 향후 1년 동안 대형주보다 소형주가 더 상승할 것이란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을 정도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소형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의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가 소형주의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싼 수준이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점, 그리고 통계적으로 연초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저평가된 가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형주 가격이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러셀 2000지수 기업 주가와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과의 비율(PER)은 15.2배인데, 이는 10년 평균인 16.7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형주 기업들의 PER이 19.6배인 것과 비교해도 현재 소형주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월 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대형주 주가가 과열될 때 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터라, 앞으로의 주가 상승 여력이 훨씬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실적 개선 기대

중·소형 기업의 실적이 올해 크게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된다. FTSE러셀 분석에 따르면 러셀2000 기업의 수익 성장률은 2023년에 11.2%로 낮아졌지만 올해는 28.2%로 반등이 예상된다. 제퍼리스의 중·소형 주식 전략가 스티븐 드산티스는 “경기가 좋아지면서 대부분 종목들이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작년 말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이 12조8000억원이란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소비 회복의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에 힘입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엘프 뷰티’ 주가는 최근 1년 139% 올랐고,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는 253%나 급등했다. 외국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도 93% 상승했다.

◇실망하긴 이르다

연초 성과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이 분위기가 연말까지 계속 갈 확률은 낮다고 WSJ은 보도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1979년 이후 러셀2000 지수가 연초 4% 이상 하락한 경우에도 남은 달의 성과는 평균 26.1% 상승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특히 낙관론자들은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연내 시작될 것이란 점에서 소형주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에 민감한만큼 주가 상승 동력을 크게 받을 것이란 뜻이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6월에 첫번째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올 한 해에 총 1% 포인트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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