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르티네스, 꿈에도 나와" 日 최초 결승 주역, 모리 유스케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현재 프로당구 여자부 LPBA에는 총 다섯명의 일본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일본 3쿠션 전설' 히다 오리에(SK렌터카)를 비롯해 22-23시즌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든 두 번째 LPBA 일본인 퀸 히가시우치 나쓰미(웰컴저축은행), 올 시즌 남녀부를 통틀어 유일하게 2승을 거둔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 하야시 나미코와 고바야시 료코가 주인공이다. 매우 적은 숫자에서 챔피언이 셋이나 나올 정도로 일본 선수들의 존재감은 매우 뚜렷하다.
남자부 PBA에도 일본인 선수가 있다. 단 둘 뿐이다. 1972년생으로 원년 시즌 데뷔한 고바야시 히데아키와 1993년 생으로 21-22시즌 데뷔한 모리 유스케다.
모리 유스케는 데뷔 후 두 시즌 가량은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았다. 대부분 성적이 64~32강 사이에 머물렀다.
그러나 23-24시즌, 별안간 4차 투어인 에스와이 챔피언십에서 일약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32강 장남국, 16강 김병섭, 8강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 하나카드)에 4강에서 박기호 등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잡고 결승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 크라운해태)와의 대결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남자부 일본인으로써는 최초로 결승까지 올라간 사례였다.
최근 고양 킨텍스 전용구장에서 MHN스포츠와 만난 모리의 첫 인상은 밝았다.
그는 당시 김종완과의 128강 경기를 막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당시 모리가 1, 3, 4세트를 가져오고 김종완은 2세트만을 어렵게 따내며 패한 상황이었다.
모리는 여자부 히가시우치처럼 한국어에 매우 능통한 선수다. 다만 히가시우치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모리는 네이티브에게 직접 배웠다는 점만이 유일한 차이다.
모리의 한국 리그 생활은 여러 해를 넘어가고 있다. 조재호(NH농협카드)가 첫 당구 스승이고, 오태준(크라운해태)과는 룸메이트로 지냈다. 그가 유달리 한국어에 익숙한 이유다. 아버지가 당구선수였고, 또 당구장을 운영하기에 그 역시 13살때부터 자연스럽게 큐를 잡게 됐다.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택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다.
당구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한국에 유학왔다는 그는 모국어인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다.
본지와 마주 앉아 이번 시즌을 돌아본 모리는 "좀 편해졌다"며 한결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실 22-23시즌까지는 성적이 정말 안 나왔다.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준우승을 한 차례 해서 마음도 편해지고,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느낌"이라며 미소지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PBA 통산 4승의 강호 마르티네스는 높은 천적으로 느껴진다.
에스와이 챔피언십 결승전 당시, 마르티네스와 모리의 대결은 매우 박빙으로 흘렀다. 첫 세트를 잡은 모리는 이후 마르티네스와 엎고 뒤집는 경기 끝에 세트스코어 3-4 석패로 경기를 마쳤다.
그때의 경기를 회상하던 모리는 또 다시 아쉽지만 경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큰 실수를 했다. 너무나 아깝다"고 다시 한번 되뇌인 그는 "세트점수 3-2로 앞서가고 있는데 뒤집혀버렸다. (너무 아까워서) 잘 때 가끔 꿈에도 (마르티네스와의 경기가) 나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재밌게도 마르티네스와는 직후 대회인 5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에서도 16강에서 만나 또 한번 패배했다.
그리고 이 16강은 모리가 프로에 데뷔한 후 올린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 됐다.
"직전 성적이 잘 나오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 다음 대회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답한 모리는 "최근 들어서는 한 경기 중에도 업다운이 좀 있는데, 멘탈 부분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경기 중에는 최대한 잡생각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어렵다. 또 저는 몸이 약한 편이라 최근 들어서는 벌크업을 위해 헬스를 조금씩 하고 있다"고 소소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롤모델은 따로 없지만, 챙겨보는 선수는 따로 있다. 첫 스승인 조재호, 그리고 '4대천왕'이자 현재 PBA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에스와이)다. 특히 산체스는 일본을 자주 찾은만큼 모리와의 인연도 깊다.
그는 "산체스는 공도 많이 가르쳐주시고 당구도 많이 알려주셨다"며 "평상시에는 친숙한 아저씨 느낌이 있는 매우 좋은 분이다. 최근에는 질문보다는 경기를 매번 챙겨보고, 조금씩 배워가는 스타일이 많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산체스와는 이번 대회 64강전에서 대전 상대로 만나 승부치기 끝에 승리했다. 산체스와 프로 무대에서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즌에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 최고점을 바라보고 있는 모리다.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길이 제법 험하다.
그는 이번 대회에 대해 "최대한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만큼 하자. 한 큐 한 큐 최선을 다해 치겠다"는 다짐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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