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ELS 손실에 銀 판매 놓고, "적법이면 문제 없다" vs "銀 보호장치 미작동"

김나경 2024. 2. 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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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대상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례 확인
투자권유 유의상품에 강화된 절차 적용하는 등
은행권 고령 투자자 보호장치 실효성 논란 점화
투자자·당국 "금소법 취지 어긋났으면 銀 배상"
銀 "투자자 의지 반영...높은 재가입률 등 고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01.19. 사진=뉴시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2021년부터 2023년 3·4분기까지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약 6816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절반 가량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은행의 고령자 투자자 보호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투자자와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은행의 투자자 보호제도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에 맞지 않게 운용됐다며 실질적으로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에서는 형식과 절차를 지킨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투자자 재가입률이 높은 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LS 고령층 불완전판매 확인...銀 투자자 보호장치 실효성 논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H지수 ELS 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의 47.5%가 6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32.1% △70대 13.8% △80대 1.5% △90대 이상 0.1%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 과정에서 고령층 대상 부적절한 판매 사례가 확인돼 은행의 고령자 투자자 보호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게 맞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한국방송(KBS)과 인터뷰에서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 보험 수령금의 경우 (고령 투자자가) 가까운 시일 내 돈이 필요할 게 명확히 예측된다"면서 "고령자 투자자 재산 구조상 3년, 5년 후에 원금 보장이 안 될 경우 이분들의 노후 보장이 어려울 것으로 명확한 분들이 ELS에 투자한 경우가 꽤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소비자의 재산 상태와 구조, 투자 목적 등을 고려해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야 하는데 원금 보장이 중요한 고령 투자자자들에게 고위험 상품을 부적절하게 권유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원장이 현장검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2020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고령자 투자자 보호장치들을 마련했지만 소비자 보호에 재차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들의 고령 투자자 보호제도는 촘촘하게 설계 돼 있다. KB국민은행은 만 65세 이상 투자자를 고령, 만 80세 이상을 초고령 투자자로 정의하고 투자자 보호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변동성이 큰 금융상품은 '투자권유 유의상품'으로 정하고 강화된 판매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가 된 ELS 뿐 아니라 레버리지, 인버스 ETF 등이 포함된다.

고령 투자자가 해당 상품에 가입 시 관리직원은 △투자자금의 성격 △투자 권유과정의 적법성 △주요 설명내용의 이해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한다. 80세 이상 초고령자가 유의상품에 가입할 때는 신중한 투자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 가족, 후견인이 동석을 통해 투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만 65세 이상 고령투자자 모니터링콜(해피콜)을 진행해야 한다.

신한은행 또한 만 65세 이상 고객의 경우 사전에 조력자 연락처를 확보하고, 시니어 투자자 체크리스트 등 보호제도를 갖추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객이 고난도·고위험 상품 등 투자권유 유의상품에 가입할 시 은행 지점장 또는 준법감시책임자 등이 직접 면담한 후 종합의견을 작성하도록 하는 제도도 있다. 이때 고객이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투자권유를 중단한다.

NH농협은행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투자성향 분석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녹취하고 고객에게 2영업일 간의 숙려기간을 부여한다. 고객이 숙려콜을 받았을 때 계약 승낙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자동 취소된다.

"금소법 취지 어긋나면 절차 지켰어도 배상" vs "투자자 의지, 재가입자 고려"
투자자와 감독당국에서는 은행들이 투자자 보호 절차와 형식을 기계적으로 준수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원래 의도하는 취지가 있다"라며 "법규에 규정된 절차를 지켰더라고 그 절차가 목적으로 하고 있는 근본 취지 간에 괴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껍데기로만 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에서 크게 어긋난다면 불완전판매로 규정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실질적인 보호장치를 어떻게 제도로 담을지도 살펴볼 부분"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고령 투자자 대상 금융상품 판매 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일선 창구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한다. ELS 상품이 대거 팔렸던 2021년 당시 예금금리가 2% 초반으로 낮았고, 당시 자발적으로 ELS 가입을 원한 고령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묻기도 전에 ELS 상품에 가입하러 왔다는 등 이미 ELS로 수익을 본 재가입자 비율이 높다"라며 "판매 창구에서 조금 더 안전한 상품을 권유하면 수익률이 낮다며 고수익 상품을 원하는 고령 투자자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상품 가입 절차가 통상 1~2시간 소요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이 '신속하고 압축적인 설명'을 바라는 경우도 있다. 은행 창구 직원들이 투자자 이해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해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가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ELS 판매사에 대한 1차 현장검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은 오는 15~16일 추가 현장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ELS 상품판매 대상, 과정 등을 유형별로 나누고 불완전판매 사례를 샘플링해서 투자자·판매사에 대한 책임분담 기준안을 이르면 이달 내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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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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