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요르단전 징계 결장' 누구보다 마음 아팠을 김민재,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김민재가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랭킹 23위)은 7일 자정(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FIFA랭킹 87위)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불렸던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결과는 물론 내용으로도 완벽히 밀린 경기였다. 한국은 높은 템포와 강한 압박으로 무장한 요르단에 맞서 좀처럼 반격하지 못했다. 몇 차례 없는 찬스도 골대를 맞거나 골문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대회 내내 이어졌던 졸전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재 공백이 뼈아팠다. 8강 호주전 당시 경고 누적으로 4강 요르단전에 뛰지 못한 김민재는 요르단에 무기력히 무너지는 동료들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김민재는 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긴 대회 기간 동안 같이 고생해 주신 선수들 코칭스태프분들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국가를 대표해서 경기를 나가는 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를 뛸수록 더 발전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남겼다. 팬들은 요르단전에 출전하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을 김민재를 응원했다.
독일로 복귀한 김민재는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 일정에 집중한다. 마침 중요한 결전이 다가온다. 뮌헨은 11일 오전 2시 30분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바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에서 레버쿠젠과 맞붙는다. 뮌헨(승점 50, 16승 2무 2패)이 레버쿠젠(승점 52, 16승 4무)를 따라잡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수비 불안으로 고민이 깊은 뮌헨으로서 김민재 복귀는 천군만마다.
김민재는 '대한민국 K리그' 전북 현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최강희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받으며 꾸준히 그라운드를 밟았다. 신인답지 않은 패기와 베테랑 못지않은 수비로 K리그를 뒤흔들며 전북 왕조에 일조했다. 다음 클럽은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이었다. '황사 머니'로 슈퍼스타들을 끌어모았던 중국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김민재는 두 시즌 동안 중국 슈퍼리그를 누비며 이탈리아 전설 파비오 칸나바로(광저우 헝다) 감독에게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마침내 유럽에 진출했다. 김민재는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페네르바체에 입단했다. 처음 밟는 유럽 무대와 튀르키예 최고 명문이라는 중압감도 우스웠다. 김민재는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정점에 가까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불과 한 시즌 만에 빅리그에 입성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 입성했다. 여러모로 진정한 시험대였다. 김민재는 정교한 수비 조직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탈리아 리그에서 클럽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를 대체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졌다.
김민재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완벽히 증명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지휘 아래 저돌적인 수비, 안정적인 연계, 헌신적인 자세로 나폴리 골문을 든든히 책임졌다. '철기둥'이라는 별명과 함께 이탈리아 전역을 뒤흔들었다. 그 결과 나폴리는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에 이탈리아 정상에 올랐다. 김민재는 시즌 베스트 수비수, 올해의 팀, ESM(유러피언 스포츠 미디어) 올해의 팀 등에 선정되며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뛰어든 바이에른 뮌헨이 기어코 김민재를 품었다. 바이아웃 조항인 5,000만 유로(약 718억 원)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까지 스스름없이 지불했다.
그렇게 뮌헨에 입단한 김민재. 개막 이후 여러 가지 겹성사를 맞이했다. 축구계 최고의 영예라 평가받는 발롱도르에서 30인 후보 중 22위로 센터백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김민재는 코리안 리거 역대 네 번째로 발롱도르 후보에 지명됐다. 설기현(2002년, 안더레흐트), 박지성(2005년, 맨유), 손흥민(2019년, 2022년, 토트넘 훗스퍼) 다음이다.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다음 불과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아시아 출신 수비수 가운데 역대 최초라는 점에서도 무척 의미가 컸다. 22위 김민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와 3위에 오른 요수코 그바르디올(25위),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역사상 첫 트레블을 이룩한 후벵 디아스(30위)를 모두 제치고 센터백 후보 중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인터내셔널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AFC는 "김민재는 1989-90시즌 마지막으로 우승한 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2015년, 2017년, 2019년 수상자 손흥민에 이어 한국 출신 선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김민재 주가는 2021년 중국 베이징 궈안에서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뒤부터 급등했다.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나폴리로 이적했다. 나폴리는 사상 처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올랐으며 김민재 존재감은 엄청났다. 나폴리가 '스쿠데토(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를 차지하는 동안 김민재는 33경기 동안 클린시트(무실점) 16회,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김민재는 한국이 10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하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다"라며 월드클래스로 부상한 김민재를 향해 극찬을 남겼다.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까지 차지했다. 2015년 김영권 이후 8년 만에 나온 수비수 올해의 선수다. 김민재는 "깊은 뜻이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고, 앞으로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잘하도록 하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민재 수상에 뮌헨도 축하를 건넸다. 뮌헨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축하합니다. 김민재. 한국 올해의 축구 선수"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가 그려진 바탕에 김민재의 사진을 합성해 축하를 전했다. 독일 '키커'는 '손흥민의 연승 행진 중단, 뮌헨의 수비수 김민재가 대한민국 올해의 축구 선수로 선정'이라는 제목과 함께 "뮌헨 수비수 김민재에게 큰 영광이 돌아갔다. 김민재는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올해의 축구 선수로 선정되었으며, 손흥민의 놀라운 행보에 종지부를 찍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선정 2023년 남자 올해의 팀에도 포함됐다. 3-4-3 포메이션 아래 현시점 최고라 불리는 월드클래스들이 모두 등장했다. 공격진은 킬리안 음바페(PSG, 파리), 엘링 홀란(맨시티, 노르웨이), 해리 케인(뮌헨, 잉글랜드)이 선정됐다. 미드필드에는 리오넬 메시(마이애미, 아르헨티나),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 벨기에), 주드 벨링엄(레알, 잉글랜드), 로드리(맨시티, 스페인)가 등장했다. 수비는 알폰소 데이비스(뮌헨, 캐나다), 김민재(뮌헨, 대한민국), 후벵 디아스(맨시티, 포르투갈)로 구성됐다. 마지막 골키퍼 자리는 에데르송(맨시티, 브라질)이 차지했다.
월드클래스로 도약한 김민재가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남은 시즌 뮌헨에 최대한 많은 우승컵을 안기기 위해 전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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