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의 설 선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만리재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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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받는 상대방의 기분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들에게 설 선물을 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설을 맞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평창 감자술을 설 선물로 골랐다.
군사독재 시절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씨는 설날 선물로 '하사품(임금이나 윗사람이 주는 물품)'을 해외 파견 근로자·군인·집배원 등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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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받는 상대방의 기분이 중요하다. 받는 사람의 직업, 성별, 나이, 취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선물을 선택해야 한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선물은 주지 않는 이만 못하다.
선물은 그 자체가 상대방에게 전하는 나의 메시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듣는 상대방이 기분 나쁜 것과 같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상대방을 고려해서 적당한 말과 문장을 골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이번 설 명절을 맞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들에게 설 선물을 보냈다. 차례용 백일주(공주), 유자청(고흥), 잣(가평), 소고기 육포(횡성) 등으로 설 선물이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특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설 선물 상자에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들의 미술작품이 담겼다. 이 작품 속에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포함되면서 불교계가 반발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직접 찾아 직접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설 선물 사건도 세심하게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사건이다
대통령의 선물은 국민에게 건네는 또 다른 메시지다. 역대 정권은 명절 선물 선택에 공을 들였다. 명절 선물을 보면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했는지, 그 당시 시대 상황이 어때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70년대 설 선물은 주로 식료품이었고 이후 내복, 방한복까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아 전국 지역 특산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명절 선물에 각 지역의 특산물을 사용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다. 노 전 대통령의 명절 선물에는 늘 지역 전통주가 같이 동봉됐다. 2004년 국화주, 2005년 이강주, 2006년 가야곡왕주, 2007년 송화백일주 가 각 지역의 특산품과 함께 보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설을 맞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평창 감자술을 설 선물로 골랐다. 2022년 설 선물에는 포장지로 독도 일출사진을 사용했다. 설 선물을 받은 주한 일본대사관이 독도 그림을 문제 삼아 선물을 반송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어떤 의도로 주한 일본대사관에 설 선물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로 지역 특산물을 명절 선물로 보냈다. 술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던 이 전 대통령은 ‘소비 증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2009년에는 경제난 극복을 기원하면서 달성군 가래떡과 전남 장흥 ·강진의 특산물인 표고버섯으로 2011년에는 쌀 소비 증진을 위해 쌀국수와 잡곡 세트를 선물로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을 당하면서 설 선물을 보내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향의 특산물을 주로 명절 선물로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인 전남의 특산품 김과 한과를 주로 선물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부터 경남 거제의 멸치를 명절 선물로 사용했다. 그의 부친은 거제에서 큰 멸치 선단을 운영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식품이나 공산품이 아닌 격려금을 명절 선물로 보냈다.
군사독재 시절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씨는 설날 선물로 ‘하사품(임금이나 윗사람이 주는 물품)’을 해외 파견 근로자·군인·집배원 등에게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군 장병과 어려운 국민에게 담배, 해외 파견 근로자에게는 통조림과 고추장, 김치를 선물했다. 전씨는 신문 집배원·광부 등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을 위해 방한복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선물상자에는 봉황 무늬와 함께 한자로 ‘대통령 각하 하사품’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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