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석용 매직’은 왜 KT&G 사장 후보에서 1차 컷오프됐나
차석용 전(前) LG생활건강 부회장이 KT&G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됐으나, 1차 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부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며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증가라는 대기록을 세운 최고경영자(CEO)다.
9일 업계와 KT&G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외부 헤드헌팅 업체는 KT&G 측에 차 전 부회장을 차기 사장 후보 중 한 명으로 추천했다. 복수의 헤드헌팅업체들은 차 전 부회장을 포함해 6~7명 가량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G 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진 지배구조위원회는 차 전 부회장을 총 8명의 1차 숏리스트 명단에 넣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후보자 4명, 사내 후보자 4명 등 총 8명을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로 확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8명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KT&G는 이달 중순 후보자를 3~4명 정도로 압축한 2차 숏리스트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달 중 최종 후보자 1명을 확정한다.
차 전 부회장이 1차 숏리스트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차 전 부회장은 ‘미다스의 손’ ‘차석용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CEO였기 때문이다.
차 전 부회장은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LG생활건강 대표로 스카우트했다. 차 전 부회장은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승승장구했다. 2007년 코카콜라 음료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 2011년 해태음료를 인수해 외형 확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차 전 부회장이 재임 시절, 중국 의존도를 너무 높이는 바람에 중국 시장이 LG생활건강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갈등,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차 전 부회장의 장기 집권으로 후계자 양성이 지체됐다는 비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 전 부회장의 업적에 대해선 비판적 의견도 일부 있지만, 소비재 업계 신화로 통하는 CEO가 1차에서 컷오프됐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후보 4명에 차 전 부회장을 제외하고, 대기업 부사장 출신 등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후보는 회사의 고위경영자육성프로그램 대상자 중 4명이 선정됐다. 방경만 수석부사장, 이상학 지속경영본부장(부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백복인 현 KT&G 사장은 후보군에서 빠졌다.
KT&G는 사장 후보군 선정에 대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총 8차례의 회의를 거쳐 후보자 공모 및 심사를 진행했으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해 1차 숏리스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장 후보 선정 권한을 가진 KT&G 사외이사들은 임기 중 미국과 유럽 등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최근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내부 자료와 KT&G 관계자 증언 등에 따르면 사외이사들은 1년에 한 번 1명씩 따로 일주일 가량 출장을 떠났고, 일부 사외이사는 배우자를 동반하거나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KT&G 일부 직원은 사외이사들이 연수나 업무 시찰 목적으로 출장을 가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KT&G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부 직원이 사외이사와 해외 일정을 상의한 뒤 최대한 업무 일정인 것처럼 보이게 출장 계획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이어 전략기획실장, 부사장 등 고위 경영진의 결재를 받아 승인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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