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엔화 팝니다"…나도 모르게 피싱범 돈세탁 도왔다

외화 구입자 위장한 보이스피싱 사기범 조심해야
외화 판매대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 자금 세탁 연루로 모든 계좌 정지
'교통법규 위반' 등 공공기관 메시지 사칭한 피싱도 주의

(인천공항=뉴스1) 권현진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총 97만6922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평균 이용객은 19만5384명으로 지난해 연휴 하루 평균 여객 12만 7537명 대비 53.2% 늘어난 규모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명절(설·추석) 연휴 실적 중 최고치에 해당한다. 2024.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근 일본 오사카를 다녀온 A씨는 여행 이후 남은 엔화(20만엔)를 팔려고 했다. 온라인 중고 플랫폼을 이용해 직거래를 시도했다. 성명불상자와 만난 A씨는 엔화를 전달한 뒤 자신의 계좌로 175만원을 입금받았다. 며칠 후 A씨는 자신의 신용카드가 결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알고 보니 자신이 받은 175만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었다.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A씨는 이후 자신의 모든 계좌가 정지된 걸 뒤늦게 알아챘다.

금융당국은 9일 금전 수요가 높아지는 설 명절에 각종 금융 범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외화 직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연루가 대표적이다. 선물 배송이나 교통 범칙금 납부·경조사 알림 등을 사칭한 스미싱, 메신저피싱 범죄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 환전 시 보이스피싱에 연루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이번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났다면 남은 소액 외화를 온라인 플랫폼이나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다. 이때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외화를 사는 사람으로 위장해 접근할 수 있다.

사기범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한 자금(원화)을 계좌이체로 피해자에게 지급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연루된다.

이 경우 외화 판매대금을 받은 계좌는 정지된다. 외화 판매자는 일정 기간 모든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된다. 계좌이체, 신용카드 대금 납부 등 금융거래에 적지 않은 곤란을 겪는다. 따라서 환전은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설 명절 전후로 교통 범칙금 납부고지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스미싱 메시지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 안부 인사나 경조사 알림을 위장한 지인 사칭, 선물 배송을 위장한 택배 사칭 같은 스미싱 메시지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 법규 위반으로 안내. [청구명령] 발부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웹 주소(URL)가 포함된 메시지가 올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되는 명절 특성상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문구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미싱 문자 메시지에서 웹 주소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원격조종 앱, 개인정보 탈취 프로그램 등 악성 앱이 설치된다. 이후 휴대전화가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스미싱으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를 받았을 때는 메시지 웹 주소나 전화번호를 절대 클릭하지 말고 메시지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범칙금 확인 고지서' 메시지 링크를 클릭하자마자 개인 정보가 유출됐고 사기범은 피해자 명의로 18회에 걸쳐 687만원을 결제했다. 피해자 명의 계좌에서 다수의 사기 계좌로 2700만원을 이체하기도 했다.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가족·지인을 사칭해 긴급한 상황이라며 금전 이체, 상품권 구매,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하는 메신저피싱도 발생한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이 앱 설치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면 심각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응하지 말고 전화를 끊거나 메시지를 무시해야 한다.

설 연휴 기간에 스미싱·메신저피싱으로 피해를 보았다면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112)나 피해금이 입금된 금융회사의 콜센터에 연락해야 한다. 피해 구제 상담을 24시간 받을 수 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