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연습 영상 하나에 조회수 '무려 20만', MLB 공식 SNS도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MLB 공식 SNS는 9일 "이정후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합류해 연습하고 있다(Jung Hoo Lee is already getting to work at SFGiants)"는 문구와 함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이정후는 오렌지색 샌프란시스코 모자를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와 타격 연습을 진행 중이었다. 그는 스텝을 밟으며 타격 타이밍을 멈췄다가 치는 등 여러 방법으로 훈련에 나섰다. 이 영상은 X(구 트위터)에서 업로드 7시간 만에 조회수 20만 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에서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준비 중이다. 이후 21일부터 시작되는 전체 훈련(투·포수는 2월 16일 시작)에 합류한다. 그동안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개인 훈련을 했던 히어로즈 선배 메이저리거들과는 다른 행보다.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전 키움과 함께 훈련을 했었다. 하지만 키움이 지난해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같은 훈련 시설을 쓰고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인 탓에 합류가 불발됐다.
이정후는 또한 "이제야 실감이 조금 난다. 원래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오늘(1일)은 또 혼자 나가게 됐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며 "오늘과 비교해 7년 전 스프링캠프 출국 때가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때는 정말 프로 선수로서 첫 시작이어서 떨리고 긴장됐는데 지금은 선배님들도 안 계시고 또 다른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높은 것 같다"며 출국 소감을 밝혔다.
아직 빅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이정후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6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2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2억 원)를 받는다.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4명만이 받았다. FA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30억 원)라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고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또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26)에게도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32억 원) 계약을 안겨줬다. 이외에는 애런 놀라(30)가 소속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7년 1억 7200만 달러(약 1506억 원)의 계약을 맺은 것이 끝이었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역 언론인 샌프린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했는데, 이 중에서 이정후의 이름도 있었다. 매체는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이정후가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롭다"며 이정후를 높이 평가했다. 아직 그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모습만 보고도 이정후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은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MLB.com은 낮은 삼진 비율에도 주목했다. 2024시즌 이정후는 전체 타석에서 9.1%의 삼진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아라에즈(7.1%)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아라에즈가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선수인만큼, 그정도의 콘택트 능력이 있다는 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이정후는 부드럽고 빠른 스윙을 가진 퓨어 히터(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배트 스피드나 선구안, 부드러운 스윙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리그 평균 이상의 타자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했다. 이어 "루상에서는 평균 이상의 위협적인 주자이고, (수비에서는)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스피드나 운동능력, 본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정후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했다.
데뷔 시즌인 2017년 622타석에서 단 2홈런에 그쳤던 이정후는 매년 꾸준히 홈런 개수를 늘려 2020년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5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 기존에도 2루타는 많이 기록했지만, 이것이 홈런으로 변환되면서 20홈런 이상 시즌을 만든 것이다.
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출국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1억 달러 넘는 계약을 따낸 것에) 솔직히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나 다음으로 한국에서 도전하는 후배들이나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내가 또 잘한다면 앞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나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책임감은 있다"고 강조했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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