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동’, ‘그 말투’ 간과했다가 “자칫 비상구 손 댈라”.. 항공사 승무원, 더 ‘촉’ 세운다

‘국가민간항공보안 교육훈련지침’ 개정안 입법예고
“특정 질문 반복·계절 안맞는 옷차림 등 요주의”
국토부 “항공기내 불법행위 계속, 보안 강화 차원”

수시로 사방을 둘러보는 시선, 땀을 흘리며 답답하다고 호소하면서 같은 질문을 하지만 좀처럼 알아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마’ 하고 지나쳤다간, 자칫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거나 심지어 이착륙 과정에 비상구 문에 손을 대면서 급기야 ‘개문 사고’까지 이어질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발생한 '개문 비행' 사건과 같은 승객의 불법행위가 대표적으로, 이와 같은 유사 상황을 승무원들이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별도 교육이 진행됩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열림 사고 당시 모습

국토교통부는 승무원의 항공기 보안훈련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한 ‘국가민간항공보안 교육훈련지침’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입법 예고기간은 28일까지입니다.

지침에 따라 승무원들은 연 1회 이상 직무 수행과 관련한 보안 정보 및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을 지정 기관에서 이수해야 합니다.

개정안에 따라, 기존 7개 항목으로 구성됐던 승무원 정기 보안교육 과정 내용은 모두 8개 항목으로 늘었고 교육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기존 교육에선 보안절차 관련 규정 제·개정 사항과 국내외 항공보안 위협 현황, 최근 보안사고 사례분석 그리고 조종실 보안과 항공기 납치 등 긴급상황에 따른 대응절차 등 내용과 함께 추가로 ‘기내에서 비정상 행동을 식별·감시하는 절차’를 필수로 교육받게 됩니다.

승무원 등에 특정 질문을 반복한다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승객 그리고 무표정하다가 갑작스럽게 여러 표정을 짓는가 하면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한 승객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경찰과 군 등이 활용하는 이상행동 징후 매뉴얼을 참고해 규범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5월 출입문이 열린 상태에서 대구공항에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 기체 외부

관련해 국토부는 “최근 항공수요 회복으로 승객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운항 중 비상구 개방이나 조종실 무단진입 시도 등 승객의 항공기 내 불법행위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승무원의 교육시간을 확대해 항공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훈련지침을 개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5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이 비상문을 불시 개방한 사건을 계기로 당정이 마련한 ‘항공기 비상문 안전 강화대책’의 후속 조치로, 앞서 국토부는 개문 비행 사건 최종보고서에서 승무원들의 승객에 대한 감시 소홀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사건 당시 해당 승객과 같은 열에서 3m 상당 떨어진 곳에 있던 객실 승무원은 비상문 조작 사실을 즉각 알아차리지 못했고, 당시 비상문이 오작동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안전 운항을 위해 승객의 동향을 감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업무 교범'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A321 기종의 비상문 잠금장치가 승객이 조작 가능한 범위에 있었고, 주변 승객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순식간에 문이 열린 점 등을 감안해 고의적인 업무상 과실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