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쟁은 사전에 광고 내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하자”
“사회주의 건설은 인민군 제1과업”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한국괴뢰족속들을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국가의 안전과 평화와 안정을 위한 조처”였다고 말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일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6돌에 국방성을 방문해 한 연설에서 “얼마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짓고 한국괴뢰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것은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9일 1~3면에 펼쳐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로써 우리는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화국 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 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괴뢰들을 명명백백한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해 까딱하면 언제든 치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가지고 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고 초강경 대응태세를 유지하며 자주적인 독립국가,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주변환경을 우리의 국익에 맞게 더욱 철저히 다스려나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노동당 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26~30일)와 최고인민회의 14시10차 회의(1월15일)에서 남쪽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사실을 재확인하며 그 까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려고 그랬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금 우리의 국경선 앞에는 전쟁열에 들떠 광증을 부리는 돌연변이들이 정권을 쥐고 총부리를 내대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해들고 있다”고 말했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견지하는 윤석열 정부를 “전쟁열에 들떠 광증을 부리는 돌연변이들”이라 폄훼한 것이다.
김 총비서는 이어 “전쟁은 사전에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자”며 “항상 임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곤 “평화는 구걸하거나 협상으로 맞바꾸어 챙겨가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적들이 감히 우리 국가에 대고 무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역사를 갈아치울 용단을 내리고 우리 수중의 모든 초강력을 주저없이 동원해 적들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총비서의 국방성 방문과 연설 사실 등을 전한 노동신문의 보도 방식·초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의 연설 전문을 3면에 싣고, 1~2면엔 김 총비서의 국방성 방문과 연설 내용 등을 요약 정리한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1~2면 펼침 기사에서 김 총비서의 연설을 요약해 전하며 남북관계와 한국의 성격에 대한 김 총비서의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는 거듭된 언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보다 김 총비서가 “조선노동당이 앞으로도 언제나 혁명무력의 용감성과 충직함에 의지해 부흥창창한 공화국의 내일을 앞당겨올 것”이라며 “조국의 무궁한 번영과 인민의 안녕을 위하여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열렬히 호소하셨다”고 전했다. 김 총비서가 경제 건설에서 인민군의 구실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강조하는 데 보도의 초점을 맞춘 셈이다.
실제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사회주의 건설은 국권 수호에 못지 않은 인민군대의 제1차적인 혁명 과업”이라며 “조국보위와 사회주의 건설의 두 전선에서 분투하는 견실한 인민군 장병들의 모습에서 나는 언제나 큰 힘과 용기를 얻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인민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탄광·철길·도로·간석지들을 비롯해 개발과 창조의 동음이 울려퍼진 조국땅 그 어디에나 우리 군대의 자욱이 찍혀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비서는 “지금 우리 군대는 당의 부름따라 지방공업을 일신시키는 10년 혁명이라는 성스럽고 거창한 투쟁을 개시했다”며 “정세가 좋을 때나 나라가 시련을 겪을 때나 제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군대가 있다는 것은 더없는 자랑, 커다란 힘”이라고 추어올렸다. 김 총비서가 제안·주도하는 ‘지방발전 20×10정책’(앞으로 10년간 전국 시·군에 해마다 20개의 공장을 건설하자는 정책)에 인민군이 앞장서야 한다는 촉구성 칭찬이다.
김 총비서의 건군절 계기 국방성 방문·연설과 축하연회에는 “존경하는 자제분”, 곧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양이 동행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대학·인력업체 짜고 외국인 불법 입학…전복양식장 강제노동
- 사흘간 편집한 ‘윤석열 다큐’…사과는 없었다 [공덕포차]
- “킬러 없는데 의대 못가?”…‘의대 특수’에 노 젓는 학원가
- “조선시대도 파산자 위한 ‘판셈’…아프면 병원 가듯, 빚 많으면 법원으로”
- 지역인재 우대로 ‘의대 블랙홀’ 차단? “의무 복무까지 나와야”
- 8살 아이가 스스로 인슐린 주사…보건교사는 돕고 싶어도 못 해
- 한동훈과 사직 [말글살이]
- 고향 가서 ‘가까운 의대’ 입시 준비할까…문과생·직장인 고민
- ‘조그마한 파우치’에 설 민심 매정해질라…국힘 전전긍긍
- “후진국화 막겠다” 조국 정치참여 선언…항소심 유죄 선고 직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