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모여든 가난뱅이 청년들···각자도생 대신 ‘커먼즈’[책과 삶]
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지음|빨간소금|272쪽|1만7000원
2008년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가난뱅이 청년들이 모여살기 시작한다. 누구나 와서 내고 싶은 만큼의 돈을 내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무를 수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즐겁게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시작한 실험으로, ‘빈집’은 말 그대로 주인 없는 공유지였다. 누구나 자발적으로 살림과 돌봄을 하며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열린 공동체를 만들어나갔다. “집은 사유재산이나 투기 수단이 아니라 타자와 함께 엮어가는 커먼즈로 상상되고 실천”되는 곳이 ‘빈집’이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학술 세미나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용어 ‘커먼즈’가 사실은 항상 존재했던 것이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활발히 실천되며 모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안정 노동자, 현장 연구자, 무산자, 커머너’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한디디는 박사논문을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그렇다고 딱딱하고 어려운 책은 아니다. 커먼즈에 대한 논의와 역사를 차근차근 되짚은 다음 한국에서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다양한 커먼즈 실험을 소개한다. 먼 곳을 돌아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책이다.
커먼즈란 무엇인가. 공공자원, 공공재 정도로 번역되는 커먼즈는 단순한 자원을 넘어선다. 커먼즈의 핵심은 자원이 아니라 함께 관계 맺고 나누는 활동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주권을 지키려는 자율성, 위태로움을 나누는 돌봄과 상호의존,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 감각인 커먼즈는 새롭게 삶을 조직하는 방식에 가깝다.
1·2부가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어떻게 커먼즈가 파괴되고 빼앗겼는지에 관한 이야기라면, 3부에선 한국에서 벌어진 커먼즈 운동을 소개하며 ‘새로운 관계와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눈앞에 들이민다. 1970년대 서울에서 가장 가난하고 억압받던 위치의 도시빈민 여성들이 주체가 된 ‘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몰린 시민들이 모여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를 선언한 경의선공유지 등이다. 저자도 ‘빈집’에서 경험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매료돼 공부를 하고 책을 쓰게 됐다. 불안정한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앞서가는 ‘성공’이 아닌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희망’이 필요하며, 그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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