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보다 단단하다?…불교계 미스터리 '사리' 어떻게 나올까
[편집자주]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소중한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하반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강 기사를 갈무리해 소개합니다.
사리는 본래 '신체'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사리라(Sarira)'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사리라(舍利羅)에서 더 줄여 현재의 이름(사리)으로 불린다. 사리라는 본래 '몸'을 뜻하는데 이것이 복수형으로 되면 유골이라는 뜻이다. 사리는 몸 그 자체를 의미하므로 넓은 의미에선 시신을 화장하고 난 뒤에 남겨진 뼈 전체, 가루가 된 뼛조각까지 포괄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교에서 사리는 단순히 죽은 자의 몸을 가리키거나 그 뼈를 부순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부처를 향한 믿음이 충만한 불자는 사리의 의미를 좀 더 높은 차원으로 바라본다.
사리는 크기도 다양하지만, 색깔도 황금색·검은색·붉은색·흰색 등이 뒤섞여 영롱한 빛깔을 띤다. 사리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도 사리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다. 이성계가 어느 날 대신들에게 '사리가 어떻게 해서 생기는가' 묻자 하륜은 "정신을 수련하면 정기가 생기고 정기가 쌓이면 사리가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의 조개에도 보주가 있고 뱀에게도 명월주가 있으니 조개와 뱀이 무슨 도가 있어 그런 구슬이 생기겠습니까?"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1995년 인하대 임형빈 박사는 1993년 말 입적한 한 고승의 시신에서 수습된 사리 2과를 받아 1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리의 성분은 일반적으로 뼈 성분과 비슷했지만 프로트악티늄·리튬·티타늄 등도 발견됐다. 사리의 굳기(경도)는 1만5000파운드 압력에서 부서졌는데 1만2000파운드에서 부서지는 강철보다도 단단하게 측정됐다. 하지만 사리 하나만 분석한 것이어서 모든 사리가 이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연 현대의학에선 사리의 발생기전을 어떻게 바라볼까.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는 "사리 성분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고, 과학적으로 밝혀진 건 없다"면서도 "가능성이 큰 발생기전을 몇 가지로 추정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뼈나 무기질이 불에 탈 때 열에 녹으면서 결정체가 만들어질 것'이란 추정이다. 오 교수는 "스님뿐 아니라 평소 돌이 없던 사람도 불에 타면 뜨거운 온도로 인해 사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 몸속에 돌이 생겼을 것'이란 추정이다. 요로결석·담석이 대표적이다. 수행을 위해 여러 해에 걸쳐 장기간 움직임을 최소화했거나 정좌(正坐) 즉, 몸을 바르게 하고 앉아있는 방식으로 오랜 기간 지내면 신체 활동량이 크게 줄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몸 안에 결석·담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실제로 성철 스님은 15년간 앉아서 잠을 잤을 정도로 정좌 생활을 유지했다.
셋째는 '금욕생활로 인해 정액이 굳었을 가능성'이다. 물론 남성 스님에 한한다. 오진규 교수는 "남성이 금욕생활을 오래 해 정액을 배출하지 않으면 정액이 뭉칠 수 있다"며 "뭉친 정액이 돌처럼 딱딱해져 사리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전립샘염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넷째는 '수산이 든 식품을 많이 먹어서'다. 수산은 요로결석의 성분이기도 하다. 수산이 든 식품을 장기간 섭취하면 결정체를 형성하는데, 이는 요로결석이 생길 위험을 높인다. 수산이 든 대표적인 식품이 녹차다. 차를 즐겨 마시는 스님에게 요로결석이 잘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오 교수는 "수산은 녹차뿐 아니라 홍차·시금치·고구마·초콜릿·콜라에도 다량 들어 있다"며 "요로결석을 앓았던 사람은 이들 식품을 다량 섭취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원인 중 어느 한 가지를 사리의 발생 기전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는 게 의학계의 지론이다. 오 교수는 "사리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종교적 의미가 있어 의학계에서 굳이 파헤치지 않았다"며 "사리의 발생기전을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이런 다양한 추정을 가능케 하는 낮은 활동력, 장기간의 금욕생활, 차 문화와 분명히 연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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