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법원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정정보도 청구 기각한 이유는?···"대구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남세균 존재 가능성"
대구문화방송은 2022년 대구의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 독소를 만드는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고 국립환경과학원은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했습니다.
소송 10개월여 만에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재판부는 보도가 객관적 사실이라며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구 달성군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검사해 봤더니 녹조 독소 만드는 남세균
2022년 9월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의 한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을 부경대 연구진과 함께 조사했습니다.
검사 결과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드는 남세균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조 독소 연구 권위자인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는 "가정집 필터에 있는 세균은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들 수 있는 남세균이었고 유전자 검사법으로 확인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구MBC가 관련 보도를 이어가자, 수돗물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잇따랐고 파장은 갈수록 확산했습니다.
공동 조사 나선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국립환경과학원 검사 결과 0.1~5.3% 남세균 확인
이전에 대구MBC의 공동 조사 제안을 거부했던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에는 공동 조사에 나섰습니다.
2022년 10월 대구문화방송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함께 달성 현풍의 또 다른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공동 조사에서 남세균 확인을 위한 PCR 검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맡았고, 생물체의 유전자 조각을 분석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는 경북대가 실시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서울대학교에도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맡겼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결과 0.1~5.3%의 남세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녹색 물질,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 '코코믹사'"···대구MBC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
그런데도 국립환경과학원은 필터의 녹색 물질이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라고 발표했습니다.
정작 하기로 했던 남세균 PCR 검사는 하지도 않은 사실이 대구MBC의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대구문화방송은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자 국립환경과학원은 2023년 3월 허위라면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수돗물 필터에서 확인된 것은 남세균 DNA이지 살아 있는 남세균이 아니며 남세균 DNA만으로는 독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국립환경과학원 패소 판결···"독성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대구MBC 보도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
대구지방법원 제11 민사부(재판장 성경희)는 2월 1일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남세균 DNA 존재로 인해 수돗물 필터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독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보도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녹색을 띠고 광합성을 하는 코코믹사와 같은 미세조류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전체적인 생물계가 파괴되지 않은 상태로 추정할 수 있어서 남세균이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은 공동 조사 당시 수돗물에서 조류 독소가 검출되었는지 LC-MS/MS 검사와 ELISA 검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남세균 DNA의 활성도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동 조사 결과 발표 당시까지 시행된 검사와 검사의 시료 범위만으로는 남세균의 독성 유무를 판별되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남세균이 없고 남세균 DNA만 있다고 해서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남세균은 살아 있든 죽었든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대구MBC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하성협 변호사(대구MBC 법률대리인)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비판하고 견제를 했기 때문에 그런 언론의 역할을 정당하게 수행한 것이 맞다, 그런 기존의 판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민들에게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되지 않아서 안전하다고 잘못 알린 사실을 바로잡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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