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月100만원 평생 받을 수 있었네”…국민연금 분할수급자 7만명 돌파 [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4. 2. 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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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연금 매년 늘어 7만5000명 넘어
최고 191만원…월평균 23만8000원
액수 산정때 별거·가출 기간은 빠져
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은퇴 전에는 부(富)의 확대가 우선 시 됐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노후준비 수단은 ‘국민연금’ 입니다. 이에 격주로 연재되고 있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몇 회에 걸쳐 국민연금테크(국민연금 + 재테크)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황혼 이혼을 한 A씨. 부동산과 그간 저축한 돈을 몽땅 털어도, 노후 생활비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혼한 전 남편이 국민연금을 타고 있으면, 이를 나눠 받을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국민연금공단에 문의를 했습니다. 확인한 결과 A씨는 향후 월100만원(연1200만원)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A씨의 전 남편은 현재 노령연금으로 다달이 200여 만원을 받고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인 100만원이 A씨의 몫이었던 것입니다.

[사진 이미지 = 연합뉴스]
이혼하고 배우자(전 남편 또는 아내)의 국민연금을 나눠갖는 수급자가 매년 늘어 7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혼 뒤 전남편의 국민연금을 나눠갖는 수급자는 지난해 10월말 현재 6만6248명에 달합니다.

전 부인의 연금을 나누는 수급자도 꾸준히 늘어 90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황혼 이혼’이 분할연금 수급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7만5114명으로 파악됐습니다. 여성이 6만6248명, 남성은 8896명이었습니다.

분할연금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을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일정액을 받도록 한 제도로 1999년 도입됐습니다.

집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입니다.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도 이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등도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국민연금 분할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2010년 이후부터입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4632명에 불과했으나 2011년 6106명, 2012년 8280명으로 늘었고 2014년에는 1만1900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었습니다. 이어 2017년에는 2만5302명으로 2만명을 웃돌았고 2019년부터는 해마다 1만명씩 급증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전반적인 분할연금 액수가 많지는 않은 수준입니다. 2023년 10월 기준 월평균 수령액은 23만8000원, 최고액 수급자는 191만5720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20만원 미만 구간이 3만9866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20만~40만원 미만 2만4572명 ▲40만~60만원 미만 7815명 ▲ 60만~80만원 미만 2367명 ▲80만~100만원 미만 402명 ▲100만~130만원 미만 80명 ▲130만~160만원 미만 32명 ▲160만~200만원 미만 10명으로, 100만원 이상은 122명에 그쳤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분할연금을 타려면 몇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합니다.

우선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수급 연령이 되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이 있어야 하고,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또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은 물론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합니다.

노령연금 수령 연령은 ▲1952년 이전 출생자는 60세 ▲1953∼1956년생 61세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입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서 일단 분할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면 재혼하거나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 또는 정지되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할연금 수급권을 얻기전에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하거나, 장애 발생으로 장애연금을 받으면 분할연금 수령 자격이 사라집니다.

연금 분할비율은 2016년까지는 혼인 기간 형성된 연금자산에 대해 일률적으로 50대 50이었으나 2017년부터는 당사자간 협의나 재판을 통해 그 비율을 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만 분할해서 나누는데, 예를 들어 연금 수령액이 월 120만원이고 혼인 기간 해당액이 월 100만원이면 보통은 월 50만원씩 나누게 됩니다. 2018년 6월 중순부터는 가출이나 별거 등으로 가사나 육아 등을 부담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기간 등은 분할연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지급할 때 배우자가 가사나 육아를 분담하지 않은 별거 기간은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전 남편 B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이혼한 배우자 C씨에게 별거 기간에 대한 분할연금을 지급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부부가 별거 상태에서도 가사·육아를 분담했다면 상대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C씨는 아무런 역할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까지 분할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부부생활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기간까지 연금분할 대상에 넣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일부에서는 이혼율 증가로 혼인기간이 5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해 분할연금 자격 요건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8년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국민연금 분할연금의 혼인 인정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자고 권고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 됐으나 폐기되거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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