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의 눈물’...임의경매 넘어간 주택 11년 만 최대

김은정 기자 2024. 2.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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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서울 도심을 조망하고 있다./뉴스1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올 들어 급증하고 있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117건으로 전월(3910건) 대비 3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월(50407건) 이후 월간 기준 최다 기록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시 금융기관이 임의경매에 들어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2020년 전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대출로 집을 산 소위 ‘영끌족’들이 2년 넘게 지속되는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면서 경매에 넘어가는 물건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매매 시장이 얼어붙어 주택을 처분해 빚을 갚는 것도 어렵고, 현재 정부가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 중인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혜택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끌족’들은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권 대출을 총동원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 2금융권 금융사들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참여율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3만9059건으로 전년(2만4101건)에 비해 62% 급증했다. 작년 월평균 3000여건이었던 신청건수가 올해 1월 5000건으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63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이 751건으로 전월보다 76%나 늘었고 서울(510건), 인천(36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경매 매물이 쏟아진 부산의 경우 전국 최저 낙찰률을 기록하는 등 경매시장은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에서 진행된 주거시설 경매는 총 630건이었는데, 이 중 111건만이 낙찰돼 낙찰률이 17.6%에 그쳤다.

경매에 나온 물건 10건 중 주인을 찾은 물건이 2건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경매 물건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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