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 식품전문기자의 커피 이야기] ②커피와 발효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
우리는 가끔 단어의 정의를 달리 알고 있거나, 그 단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오해를 하고는 한다.
커피 산업에도 그런일이 가끔 발생을 한다. 특히 커피는 한글로 번역이 될 때 그 뜻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제대로 된 뜻이 전달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많은 커피애호가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무산소발효 커피도 정확한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아 오해를 받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무산소 발효 커피는 산소가 없거나 거의 없는 조건에서 커피열매를 발효시키는 커피생두 가공을 위한 특정 공정을 말한다.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전통적인 커피생두 가공 공정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산소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커피에 영어단어 ‘Infused’를 사용하는데서 오는 오해로 우리가 저가·저품질 커피로 알고 있는 헤이즐넛향커피와 동일시하게 되는 오해가 발생했다.
‘Infuses’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특정한 특성을) 불어넣다[스미게 하다]”, “(속속들이) 스미다[영향을 미치다]” 이다.
무산소 발효 커피에 ‘Infused’를 사용한 이유는 커피생두에 특정한 특성을 부여하기 위한 공정을 설명하기 위함인데, 이를 단순히 커피원두에도 적용을 하다보니 커피원두에 인공적인 향을 입혔다는 오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오해가 만들어진 이유는 커피생두에 사용되는 용어를 그대로 커피원두에 사용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가끔 ‘인퓨즈드 커피(Infused coffee)’ 라는 단어를 사용해 무산소 발효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들을 보면 매장과 소비자 사이에 커피원두에 향을 인위적으로 넣은 것이라는 오해가 발생할까 우려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있는 그대로 메뉴를 본다면 커피원두에 향을 넣은 ‘가향 커피’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별도로 필요해 보인다.
커피생두에 향을 입히는 것과 커피원두에 향을 입히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인다.
커피생두에 향을 입혔다 해도 그 향이 고온의 로스팅을 견뎌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향을 뿌려서 만드는 가향커피와는 공정의 복잡성과 비용의 문제 등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커피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은 무산소발효 커피와 가향커피의 구분없이 그저 개성적인 향을 지닌 커피들을 싸잡아 ‘가향커피’라고 부르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또한, 커피생두를 얻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발효라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음에도, 발효커피가 마치 다른 커피인것처럼 여기는 것 또한 커피산업의 발전 차원에서 본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커피생두 가공법에는 발효라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커피 과육의 당 성분으로 인한 발효,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해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 씨앗을 감싸고 이는 점액질의 당 성분으로 인한 발효, 다양한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혐기성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등 커피생두의 가공에는 발효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무산소 발효 커피 가공 과정을 통해 커피는 과일, 꽃, 와인 등과 같은 독특한 향을 얻게 된다.
하지만 무산소 발효 커피 가공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몇 개 존재한다.
우선, 일관성에 대한 것이다. 발효는 통제 할 변수들이 무척 많기 때문에 통제 가능한 설비 등을 갖추지 못한 농장에서는 일관성을 지닌 커피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부패나 이취로 이어질 수 있는 과발효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고, 가공 공정의 추가, 공간 확보, 전문가 영입 등에 대한 비용 발생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생산 비용 증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무산소 발효 커피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커피농장과 개성적인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커피산업에서 비용 증가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하나의 틈새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한 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무산소 발효커피의 인기가 날로 늘어나고 새로운 커피산업의 하나로 발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이고 있지만, 이와 같은 현상에 일부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커피생두 가공에 있어 발효는 처음부터 포함이 되어 있던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공기술이 발전하는 현상은 식품 산업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식품 산업은 항상 수요를 쫒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식품 산업이 발전을 해왔다.
커피는 우리가 즐기는 하나의 식품이다. 또한 다양한 향미를 지녔기에 지극히 개인 선호적인 식품이다.
따라서 맛있는 커피가 아닌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있고, 이를 본인이 즐기면 되는 그런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는 아직 연구하고 발견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 식품이기에 커피를 본인의 한계적인 지식으로 따지고 들기 보다는, 나의 오감에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기호식품으로 보는 것이 즐거운 커피 생활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문상윤 기자(filmm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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