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앞세워 '중동 패권' 엿보는 중국·러시아…미국의 선택은? [한방이슈]
어둠이 짙게 깔린 텍사스 공군기지.
미국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 랜서가 출격합니다.
홍해 미 구축함에선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미국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군 세 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추가 공격을 예고한 미국.
이에 대해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은 "분노를 시험하지 말라"며 도리어 미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홍해 상선 공격으로 물류대란을 일으킨 예멘 후티 반군.
중동 확전의 우려를 키우는 이들 세력 뒤에 '이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 뒤에는 미국의 최대 패권 경쟁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있습니다.
40년 넘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양국의 싸움을 넘어 거대 세력 간의 패권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한방이슈'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이후, 중국·러시아·이란의 관계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2018년 5월) : 오늘 나는 미국이 이란 핵협정(JCPOA)에서 탈퇴한다는 것을 발표합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이후, 이란은 중국, 러시아와 더 가까워졌습니다.
2019년에 시작한 합동 해군 훈련 이후 군사적으로 밀착했고,
지난해 8월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경제협력체, 브릭스(BRICS)에 가입했습니다.
선명해지는 신냉전 구도…'친이란' 세력의 등장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와는 드론과 전투기를 주고받았고, 상선 공격이 이어지는 홍해에선 러시아와 중국에 안전을 보장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란의 대리 전선을 유지하는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지 않으며 사실상 이란을 지원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의 후티 반군 거점 공격에 대해서도 미국 편에 선 다수의 나라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랜트 섑스 / 영국 국방부 장관 : 적들이 서로 더 연결돼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먼 과거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적들은 장벽을 바쁘게 재건하고 있습니다. 옛 적들이 되살아나고 새로운 적들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선이 새로 그어지고 있습니다.]
세 나라의 관계 강화는 미국에 현실적 위협으로 작용합니다.
미국은 이란을 미군 사망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지만, 이란을 직접 공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략폭격기와 125개 이상의 정밀 무기를 사용한 보복 공격의 대상은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민병대였습니다.
물론 이란 영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지만, 친이란 무장 세력의 저항을 넘어서 이란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 대 서방 간의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미국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친이란 무장 단체들의 160번 넘는 공격에도 이란을 향한 경고만 있었을 뿐, 대응을 자제해왔습니다.
[존 커비 /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2023년 10월) :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조장하거나 자극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겁니다.]
전략폭격기, B-1 랜서 출격의 의미
B-1 랜서는 고속·대량의 폭탄 투하 능력을 가진 장거리 전략폭격기로, 출격 자체만으로도 상대를 위협합니다.
미군이 B-1 랜서의 출격 여부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군사 작전의 일환을 넘어서 상대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공개는 미국의 군사적 준비 상태와 결의를 상징하며,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전술로 사용됩니다.
특히, 미국이 이번 보복 작전에서 B-1 랜서를 동원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이란뿐만 중국과 러시아 등 이란 지원 세력들에게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미국, 기회 엿보는 중국·러시아
[바실리 네벤자 / 주유엔 러시아 대사 : (이번 공습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실패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워 대선 캠페인에 활용하려는 의도입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세운 공화당의 공세를 피하고 유약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긴 했지만,
'안정화 모색'이라는 기존의 중동 정책을 뿌리째 흔들 이란과의 정면충돌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 사이 이란을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전 상황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푸틴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를 추가 지원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의회에 가로막힌 상황.
지난해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나치다." 답한 상황에서 의회 설득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리더'를 자처해온 미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지만,
대선을 치러야 할 미국 앞에 놓인 상황은 중동에서나 유럽에서나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총괄 : 김웅래(woongrae@ytn.co.kr)
참고 기사 : 이코노미스트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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