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뇌물은 피할 수 없는 급행료"…북한은 뇌물로 굴러간다
지난해 9월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증언에 나선 탈북자가 밝힌 내용입니다.
1996년 고난의 행군 당시 남편이 병으로 사망하고 두 아들을 혼자 키워야 했던 A 씨는 먹고살기 위해 하루종일 장사에 매달렸는데, 장사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길가에 설치된 초소에 뇌물을 줘야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단속 초소를 무사히 통과하려면 이른바 ‘통과비용’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A 씨 같은 사람들은 단속기관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길목만 지키고 있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통과비용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단속권한이 있는 기관들은 길목 곳곳에 초소를 차려놓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과비용을 뜯어내고 있는데, A 씨는 120리 구간에 초소가 11개까지 있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경비대, 경무부, 보위소대, 안전부 등등 단속할 수 있는 기관은 모두 초소를 차려놓고 나와 있었다는 것입니다. 120리면 48km 정도인데 이 구간에 초소가 11개나 있었다고 하니, 약 4km마다 초소가 한 개씩 들어서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보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사를 위해 이동하는 경우 말고도 시장(장마당) 내에서의 단속도 수시로 이뤄지는데, 단속에 적발됐을 때 ‘뇌물을 제공한다’는 응답이 78.3%로 ‘뇌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 8.0%보다 10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김정은 집권 전후로 구분해 보면, 김정은 집권 이전인 2011년 이전 탈북민들의 경우 뇌물을 준다는 비중이 72.9%였던 반면,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이후 탈북민들의 경우 뇌물을 준다는 응답이 82.8%로 10%p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2016년∼2020년 사이 탈북민들로 범위를 좁혀보면, 뇌물을 제공한다는 응답이 82.3%, 뇌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6%로 (모름/무응답 15.1%) 대다수가 뇌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뇌물 액수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10만∼50만 원의 고액 뇌물을 줬다는 비율이 2006년∼2010년 탈북민의 경우 4.3%였던 반면, 2011년∼2015년 탈북민의 경우 14.2%, 2016년∼2020년 탈북민의 경우 23.0%까지 높아졌습니다. 뇌물이 만성화되다 보니 갈수록 고액을 써야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북한 돈의 가치는 쌀 1kg 당 4,000∼6,000원 수준입니다.
북한 사회 전반에 파급돼 있는 ‘뇌물’
흥미로운 점은 김정은 체제 들어 뇌물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집권 전인 2011년 이전 탈북민의 경우 뇌물을 공여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24.2%였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이후 탈북민의 경우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이 48.3%까지 높아졌습니다. 2016년∼2020년 탈북민으로 범위를 좁혀볼 경우 비율은 54.4%까지 올라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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