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부모에게 0% 금리로 2억1739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 자금출처조사 때 가족 간 계좌이체 내역 확인
● 소득 있는 부모에게 주는 용돈은 증여로 간주
● 3년 이내 갚지 못하면 상환일 갱신해야
[영상] 가족 간 증여 시 세금 줄이는 법
"부동산 취득이나 증여 과정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있죠. 부모가 돌아가신 후 상속세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상속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기도 하고요. 세무 당국은 세무조사에 착수하면 당사자의 최근 10년간 계좌 내역 전체를 훑어봅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가족 간 계좌이체입니다. 가족 간 현금 거래는 일상에서 무심코 이뤄집니다. 부모님이나 자녀에게 용돈을 주면서 세금 부과를 걱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하지만 계좌이체든 현금 인출이든 가족 간에 금전이 오고 간 순간, 그 의도와 관계없이 증여라는 이름으로 세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김국현 세무회계 유정 대표세무사의 설명이다. 세무조사의 기본은 계좌 조회다. 세무 당국은 당사자가 오래전 해지해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계좌의 거래 내역까지 들여다본다. 무심코 일상적으로 가족 간에 계좌이체를 하거나 현금을 주고받거나 부동산을 거래하다가 당하지 않아도 될 세무조사를 받기도 한다. 김 세무사는 "몇 가지 상식 수준에서 지침을 알고 지키려고 노력하면 세금 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심코 계좌이체 현금이 세금 폭탄으로
가족 간의 계좌이체는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무심코 건넨 현금은 향후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용돈 역시 엄연히 증여의 영역이므로 과세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상속법에 따르면 증여는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 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가족 간 금전 거래로 인한 세금 폭탄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김 세무사를 만났다. 그는 세무 분야 전문가로, 세무사회 세무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다. 국선세무대리인과 납세자보호위원,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등 활발한 사회 활동으로 국세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세무 상식을 알기 쉽게 풀어주기 유튜브 채널 '비더리치'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 간 계좌이체가 훗날 문제가 되는 구체적 상황은 어떤 경우인가.
"사업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포착된 경우다. 내 경험상 세무조사 과정에서 생활비가 문제가 된 것은 생활비 액수가 큰 경우였다. 부동산을 취득했거나 대출을 갚았을 때도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해서 무조건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은 매년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하는데, 국세청은 이 소득 자료를 갖고 있다. 과거 몇 년간 자금 흐름과 부동산 취득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자기 힘으로 부동산을 취득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세무조사를 나온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5조는 '가족 관계 관련 생활비, 교육비, 학자금, 장학금, 기념품, 축하금, 부의금, 혼수용품 등은 비과세 증여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족이 계좌이체로 현금을 건네는 경우는 생활비나 용돈인 경우가 많다. 생활비 액수가 얼마 정도면 문제가 될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활비 수준이라면 과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주식 등 투자를 할 때 배우자 명의로 취득하는 경우 증여를 해야 하는데, 생활비라고 슬쩍 넘어가고 싶거나 우기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여러 번에 걸쳐 세무조사에 대응해 본 내 경험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20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생활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세무당국은 이 정도 금액의 생활비에 대해서는 증여로 보지 않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주 200만 원씩 가족 계좌에 이체하거나 500만 원씩 이체하면서 추가로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는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국세청은 조사를 통해 무늬만 생활비고 실제로는 증여였다는 것을 안다. 자녀 용돈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서 부양하는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증여가 아니다. 어린 자녀에게 주는 용돈이나 교육비 등은 당연히 증여 과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력 있는 성인 자녀가 소득이 있는데도 부모에게 계좌이체로 용돈을 받는 경우엔 증여가 될 수 있다."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도 증여가 될까.
"자녀에게 주는 용돈과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 생활비를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 증여세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나 생활비는 대부분 증여 문제가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6조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는 증여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퇴직해 따로 수입이 없는 부모는 자녀가 부양해야 하는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부모에게 주는 용돈이나 생활비는 피부양자의 생활비가 되며 증여가 아니다. 간혹 부모에게 주는 것이 용돈이 아니라 증여인데 이를 용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나, 부모가 소득이 있어서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는 부모에게 주는 용돈이 증여가 될 수 있다. 전자는 대부분 자금출처 조사나 상속세 세무조사 과정에서 부모에게 건넨 계좌이체 내역을 소명하다가 증여세를 물게 된다."
현금 인출로도 증여 피할 수 없어
"용돈의 경우는 사회 통념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면 괜찮다. 그런데 이 용돈도 매주, 매월, 필요할 때마다 주지 않고 한꺼번에 목돈으로 주는 경우에는 증여가 될 수 있다. 용돈이라지만 그 자금으로 예금이나 적금을 들어주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다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말로는 용돈이라고 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을 자녀 명의로 취득하기 위한 자금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부양 의무가 있는 부모가 자녀의 생활비나 교육비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는 성인 자녀의 대학원 교육비를 부모가 주는 경우는 증여가 될 수 있다."
계좌이체 대신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현금을 인출하면 증여를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잖다.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돈을 전세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큰돈을 받았기에 은행에 입금하거나 옷장이나 금고 같은 곳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전세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은행에 입금했다가 당사자가 번 돈이라고 하면 매년 소득세를 낸 내역과 맞지 않고,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었다고 하면 소득세를 안 냈으니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결국 빌린 돈이라고 이야기하게 된다. 국세청은 누구에게 빌렸는지 차용증을 달라고 한다. 부모에게 빌렸다고 하면 차용증과 이자를 확인해 달라며 줄줄이 질문이 이어진다. 세무서에서는 증여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부모는 자녀 계좌에 현금을 입금하기가 어려워지자 전셋집 주인에게 전세금을 현금 다발로 직접 주기도 한다. 전셋집 주인은 바로 은행에 가서 이 돈을 입금한다. 언젠가 자녀가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이런 상황이 모두 확인될 것이다. 전세금 수억 원이 어디에서 생겼는지 설명해 달라고 할 것이다. 전셋집 주인에게 계좌로 전세금을 건넨 내역을 보니, 2억5000만 원만 확인이 된다. 나머지 5000만 원은 어떻게 줬냐고 물어보면 현금으로 줬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현금이 어디에서 생겼느냐고 물어본다."
차용증에 상환일 적고 원금 일부는 상환해야
당사자가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오리발을 내밀면 어떻게 되나."국세청이 전셋집 주인에게 전세금 받은 내역을 알려달라고 확인 요청할 수 있다. 결국 부모에게 받은 현금 5000만 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김 세무사는 "증여 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증여 계획을 세우고 일정 부분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는 부모에게 빌렸다가 갚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증여세를 계산해 본 뒤 증여보다는 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면 차용증 작성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성인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돈은 10년간 5000만 원이므로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모든 증여는 증여하는 시점부터 10년간을 계산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돈을 빌린 대가로 이자를 지급하면, 부모는 이자소득이 생긴다. 최소 27.5%의 세금을 내야 해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솔직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이자를 주고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원금 약 2억1700만 원까지는 이자를 주고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돈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낮은 이자로 빌려주면 세금을 계산하도록 돼 있다. 이때 이익 금액이 1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계산하지 않는다. 1000만 원을 연이율 4.6%로 역산하면 2억1739만1304원이 나온다. 대략 2억17000만 원까지는 이자가 없어도 이자를 주지 않아 발생한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계산하지 않는다. 결국 이 금액 이하로 빌려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국세청이 이자를 주고받지 않은 경우 돈을 빌린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아닌가.
"그렇기에 자녀는 부모에게 돈을 빌렸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돈을 모아서 부모에게 원금을 상환하거나 차용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뒤 매각하면 바로 원금을 갚는 식이다. 세무조사에 대비해 차용증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차용증 작성 시 주의할 점은 뭔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것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 차용증도 작성하고 돈을 빌린 것을 증명하기 위해 채무자의 인감증명서를 떼기도 한다. 금액이 크다면 채무자 재산에 근저당도 잡는다. 돈을 빌리는 자녀가 나중에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빌린 것이라면 증여로 추정하기 쉽다. 초등생 자녀가 빌린 것이고, 20년 후에 성인이 돼 갚는다고 하면 믿어주기 어렵다. 빌리는 금액, 상환일, 상환 방법, 이자율(이자가 없다면 무이자), 이자 지급일은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상환일은 2년 또는 3년 후 특정일을 정해서 적어야 한다. 상환일이 없다면 국세청에서 빌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상환 기한은 2~3년 정도로 정하고 그때까지 빌린 돈을 갚지 못한다면 차용증을 다시 작성해 상환 날짜를 갱신해야 한다. 차용증은 2장 작성해 겹친 뒤 도장을 반반 찍는 '간인'을 한 뒤 한 장씩 나눠 갖는다. e메일로 차용증을 발송하거나 우체국 내용증명을 보내면 날짜가 찍히니 훗날 세무조사가 나와도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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