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용인 분양가 12억…1년새 20% 올랐는데 지금이 제일 싸다?

김평화 기자, 김효정 기자 2024. 2.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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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천정부지' 아파트 高분양가, 어디까지]④
[편집자주]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현실은 국민평형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지 않는 곳이 드물고,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는 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쏠린다. 다른 한편에서는 높은 분양가 탓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아 결국 미달나는 단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분양가는 왜, 얼마나 올랐나 그리고 언제까지 오를 것인가. 부동산 시장의 '키' 분양가를 파헤쳐본다.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정부가 최근 12·16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경기 수원·용인·성남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대한 추가 규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지역은 신분당선 연장, 재개발 등의 호재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8년 만에 최대폭을 보였다. 사진은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0.2.14/뉴스1
중식당의 짜장면값, 주점의 소줏값은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아파트 분양가도 이와 마찬가지로 '하방경직성'이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진 2023년에도 분양가가 급등하자, "분양가는 지금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나온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1806만원으로 역대 최초로 1800만원을 넘겼다. 2022년 1521만원 대비 285만원 오른 것으로 증가율은 18.7%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가 많이 올랐다. 3.3㎡당 분양가가 1년새 1578만원에서 1885만원으로 19.5% 올랐다. '국평' 아파트 기준 한 채당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새해 들어서도 청약에 나선 단지들이 공개한 분양가를 보면 '억' 소리가 나온다.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전용면적 84㎡ 최고 12억3500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등 12억~13억원이 광명 국민평형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분양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분양가는 시행사·시공사의 '수익'과 인건비, 원자잿값, 금융조달 등 '비용'이 더해져 책정되는데, 사업 주체가 수익을 포기할 일도 없을 뿐더러 비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5년 수치를 100으로 두고 조사한 건설 공사비 지수는 2020년 11월 120.2에서 지난해 11월 153.4로 27.6% 올랐다. 특히 건설용 중간재 물가 지수(2015년 100 기준)는 2020년 12월 106.4에서 지난해 12월 144.2로 35.6% 급등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분양가가 합리적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사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환율이 떨어지고 원유값이 올라가니까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권 교수는 "높은 분양가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검증할 수는 있으니까 한국부동산원 검증 요청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청약시장에는 수요-공급의 원리가 철저하게 적용된다. 아파트 착공 규모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3~4년 뒤 공급부족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이 줄면 수요자 간 경쟁이 생기고, 가격이 오른다. 청약시장에서 가격은 분양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13만3585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27만8566가구) 대비 52% 감소했다. 201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가장 작은 규모다. 전국 연간 아파트 착공 실적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2021년 39만여 가구로 전년 대비 18%가량 증가한 뒤 2022년 28만여 가구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5만 가구를 밑돌았다.

특히 미분양이 속출한 지방의 착공이 크게 줄었다. 수도권의 아파트 착공 실적은 6만6212가구로 전년 동기간(12만 9286가구) 대비 48% 감소했다. 이 기간 지방은 14만9280가구에서 6만7373가구로 54% 줄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착공한 아파트는 단 한 가구도 없다. 미분양 물량이 쌓인 대구 착공 물량은 1만4848가구에서 962가구로 94% 줄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식당 소주값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것과 같다"며 "생활물가가 다 오르는데 분양가만 안 오른다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만약 분양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분양이 안된다고 하면, 건설사는 공급을 중단하지 분양가를 낮추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양가가 급격히 오른만큼, 공사비와 금융비 등이 줄어든다면 분양가도 안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가 계속 오른다고 보지 않는다"며 "공사비와 금융비가 높아진 건 사실이긴 하지만, 반대로 그 두 가지가 떨어진다면 공사비는 높더라도 금융비가 떨어지면 분양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계약자들이 이탈하고 포기하는 현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며 "분양성이 떨어지면 사업이 실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최근 수도권 분양가가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당연히 어렵다"면서도 "다만 최근 분양가가 높았던 지역의 호재나 주변 사례들을 근거로 책정하다보니 고분양가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분양가격이 높은 단지들은 몇 년 전에 매입한 토지들이다 보니까 높은 가격으로 해야만 수익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선별적으로 토지매입을 하다 보니 저렴한 분양가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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