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난립, 그래도 어우덴?
올시즌 NBA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파이널 우승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워낙 쟁쟁한 강팀과 다크호스들이 많아 그야말로 전국시대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승률 1위(0.765) 팀은 동부 컨퍼런스 선두 보스턴 셀틱스다. 2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5경기, 3, 4위 밀워키 벅스, 뉴욕 닉스와는 6경기 차이다.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던 밀워키는 파워 게임에서 살짝 밀리는 모습이며 돌풍의 주역 클리블랜드, 뉴욕은 발동이 살짝 늦게 걸렸다. 그만큼 보스턴이 시즌 내내 꾸준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보스턴의 가장 큰 힘은 공수 밸런스와 두터운 뎁스다. 리그 대표 공수겸장 포워드 제이슨 테이텀(26‧203cm)과 제일런 브라운(28‧196.2cm)은 한창 전성기에 접어든 상태다.
한명이 부진하더라도 나머지 한명이 잘해주고, 클러치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승부사 역할을 해준다. 거기에 즈루 할러데이(34‧191cm)는 자물쇠 수비는 여전한 가운데 높은 3점슛 성공률로 상대 수비진을 긴장케 한다. 라트비아 출신 빅맨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9‧221cm)도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기복없는 활약으로 포스트를 지켜주고 있다.
보스턴은 배가 고프다. 현재 전력으로도 충분히 우승후보이기는 하지만 좀 더 완벽을 가하고 싶어 한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의 허무한 탈락을 잊어버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멤피스 그리즐리스로부터 언더사이즈 빅맨 제이비어 틸먼(24‧201cm)을 영입했다. 수비, 허슬 플레이 등 궂은일에 능한 선수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백업 빅맨 보강이 목적이었다. 틸먼까지 가세함에 따라 기존 루크 코넷(29‧218cm)과 함께 든든한 백업 빅맨진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밀워키는 시즌 중 감독교체 등으로 어수선했던 가운데 주축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기복을 타고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에서는 언제든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강호다.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야니스 아데토쿤보(30‧211cm)에 더해 포틀랜드 에이스 출신 데미안 릴라드(34‧187cm)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팀과도 해볼만하다.
클리블랜드와 뉴욕은 예상밖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 팀이다. 최근 10경기에서 9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해당팀을 응원하는 팬들조차도 기대하지 못한 상승세다. 클리블랜드는 듀얼가드 도노반 미첼(28‧190cm)이 돌격대장 역할을 해주고 있는 가운데 센터 자렛 알렌(26‧208cm)이 포스트 인근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뉴욕같은 경우 줄리어스 랜들(30‧203cm)의 원맨팀이다는 평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잘렌 브런슨(28‧185cm)은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코트를 휘젓고 있으며 단테 디빈첸조(27‧193cm) 또한 포텐을 제대로 터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리블랜드와 뉴욕이 무서운 점은 선수 한두명에 의지하기보다는 팀 전체가 높은 활동량과 에너지레벨로 승부한다는 점이다.
자칫 베테랑 위주의 팀에 휘말릴 수도 있는 약점이 있지만 반대로 기세를 타게 되면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서부 컨퍼런스의 경우 LA 클리퍼스의 광풍이 가장 눈에 띈다. 시즌초 주춤하며 큰 기대를 받지 않았으나 12월부터 가파른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이제는 서부 컨퍼런스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위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3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4위 덴버 너게츠까지 승차없이 빡빡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혼전 양상이지만 최근 상승세는 클리퍼스가 가장 높다. 클리퍼스 팬들 사이에서는 ‘올 시즌에는 숙원의 파이널 우승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분위기는 물론 팀전력까지 탄탄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우승의 적기가 찾아온 것은 맞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양 날개 카와이 레너드(32‧201cm), 폴 조지(33‧203cm)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아쉽게도 둘은 수시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 그런만큼 경기에서 빠지게 될 경우 팀 전체가 삐걱거리기 일쑤였다. 올 시즌에는 달라졌다.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합류한 제임스 하든(34‧196cm)이 핸들러로서 팀을 든든하게 이끌면서 레너드, 조지의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
남는 에너지를 다른 부분에 쓸 수 있게 된 것을 비롯 부상으로 빠지더라도 또 다른 에이스가 남아있어 어느 정도의 관리까지도 가능해진 상태다. 거기에 독선적인 플레이로 비난을 받았던 러셀 웨스트브룩(34‧191cm)은 클리퍼스에서는 자신을 내려놓고 선발, 벤치 등 역할 구분 없이 뛰어주며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하나의 톱니바퀴로 잘 돌아가고 있으며 나머지 선수들의 경우 이타적이고 팀플레이에 능한 스타일이 많은지라 시너지효과가 잘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클라호마시티와 미네소타는 젊은 피를 앞세워 서부 선두를 노리고 있다. 미네소타는 이전 5시즌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가 서부 컨퍼런스 7위다. 올 시즌 또한 우승 후보 명단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은 팀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아주 뜨겁다. 가넷의 시대 이후 조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설움을 털어내듯 돌풍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꾸준히 모아온 좋은 자원에 포지션별 밸런스, 팀 색깔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그동안의 노력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젊은 에이스 앤서니 에드워즈(23‧193cm)의 플레이에 제대로 물이 오른 가운데 루디 고베어(31·216cm)와 칼 앤서니 타운스(28·213cm)의 더블 포스트는 든든하기만 하다. 베테랑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36·185cm)는 특유의 게임운영과 패싱게임에 더해 수비에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서머캠프 출신 신데렐라 나즈 리드(24·206cm)도 높이와 득점에서 쏠쏠한 공헌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몬테 모리스(28‧188cm)를 영입하며 포인트가드 자원 부족 약점까지도 메운 상태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셰이 길저스알렉산더(25‧198cm)와 쳇 홈그렌(22‧213cm)이라는 영건 원투펀치가 이끌고 있는데 현재도 위력적이지만 한창인 나이를 감안하면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높은 가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홈그렌은 빅터 웸반야마와 더불어 올 시즌 신인왕을 다투고있으며 길저스알렌산더는 정규시즌 MVP를 노리는 위치까지 다다른 상태다. 공수겸장 스윙맨 제일런 윌리엄스(23‧196cm)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근성을 앞세운 전투적인 몸싸움, 준수한 공격 마무리 능력 등으로 뒤를 잘 받쳐주고 있다.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39‧206cm)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36‧188cm)같은 경우 둘은 여전히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팀 성적이 아쉽다.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는 선두에서 경쟁할 것 같지만 당장 플레이오프 진출을 먼저 걱정해야 되는 처지다. 하지만 워낙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지라 큰 경기나 단기전에서는 충분히 강호를 잡아낼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당수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강호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큰 경기에서는 역시 끝판왕이 가장 강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디펜딩 챔피언 덴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덴버가 강한 이유는 단순하다. 지난 시즌 파이널 MVP이자 현역 최고의 선수로 불리고 있는 포인트 센터 니콜라 요키치(29‧211cm)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요키치는 올 시즌 현재 49경기에서 평균 26.3득점, 9어시스트, 12.2득점, 1.2스틸, 0.9블록슛으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력한 정규시즌 MVP 후보 중 한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는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기대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잘해서는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다. 향후 몇 시즌 정도만 현재의 퍼포먼스를 이어갈 수 있다면 역대 레전드 센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우승 멤버인 자말 머레이(27‧193cm), 애런 고든(29‧203cm), 마이클 포터 주니어(26‧208cm), 켄타비우스 콜드웰포프(31‧196cm) 등도 건재한 만큼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에서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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