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보드게임이 있었다고?…조상들이 즐긴 전통놀이들

나보배 2024. 2. 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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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 빨리 오르기 '승경도', 도구 필요없는 '다리 세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명절에는 국립박물관이나 문화시설 등 곳곳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통 놀이가 인기다.

설날을 맞아 우리에게 익숙한 투호 놀이나 윷놀이부터 조금은 생경하지만 알고 보면 재밌는 '조선시대 보드게임' 승경도 놀이까지 다양한 전통 놀이를 소개한다.

승경도 한글 놀이판 [e뮤지엄 공공저작물]

조선시대판 보드게임 '승경도 놀이'

주로 실내에서 하는 승경도(陞卿圖) 놀이는 현대인에게 다소 생소하다.

'벼슬에 오른다'는 뜻처럼 300여 칸에 쓰인 벼슬 중에서 누가 가장 빨리 높은 관직에 오르는지를 겨루는 놀이다.

이 때문에 고려 말과 달라진 조선의 관직을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승경도 놀이가 탄생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우선 두 패로 갈라 앉아 문과, 무과, 산야에 숨어서 공부만 하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아 벼슬길에 오르는 은일, 과거에 붙지 못한 채 벼슬을 사는 남행, 군대에서 복무하는 군졸 등 다섯 가지의 출신을 결정한다.

이후 말을 굴려 문과 출신은 영의정, 무과 출신은 도원수에 누가 가장 빨리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놀이 중간에 일종의 벌칙인 파직이나 사약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 놀이에 긴장을 더해준다.

복잡해 보이지만 오히려 이 점 때문에 보드게임과 비슷하다.

'승경도 보드게임'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기도 한데 조선시대 관직을 익힐 수 있어 교육용 놀이로 즐기는 이들도 많다.

투호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저작물]

투호 놀이에서 중요한 건 '어깨'…연초에만 하던 윷놀이

투호 놀이와 윷놀이는 요즘도 흔하게 즐겨하는 대표적인 전통 놀이다.

투호 놀이는 항아리 모양의 통 안에 한 사람씩 12개의 화살을 번갈아 가며 던져 넣는 놀이다.

삼국시대부터 투호 놀이가 이미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지만, 조선시대 이후에 세속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백성들에겐 놀이기구를 마련하는 절차가 복잡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주로 왕실이나 양반의 놀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호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깨다. 한쪽 어깨가 무너지지 않도록 양쪽 어깨를 균등하게 한 뒤 화살을 던져야 한다.

윷놀이는 네 개의 윷가락을 던져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염소 혹은 코끼리, 윷은 소, 모는 말을 상징한다.

오늘날 윷놀이는 단순한 오락이지만 본래는 농민들이 농사의 풍흉을 점치던 농경 시대의 유풍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마을의 젊은이들은 두 편으로 나눠 윷놀이를 했는데 이기는 편이 그 해 농사에서 풍년을 맞이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과거엔 윷놀이를 아무 때나 하지 않고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즐겼다고 한다.

팔랑개비 놀이 [한국전통문화전당 '마루당' 블로그 화면 캡처]

'다리 세기 놀이, 바람개비'도 전통놀이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은 전통 놀이다.

두 줄로 마주 앉아 서로 다리를 상대방의 다리 사이에 엇갈리게 뻗고서 '코카콜라 맛있다' 노래를 부르며 하던 놀이도 전통 놀이 중 하나다.

'다리 세기 놀이', '발헤기'라고도 불리던 이 놀이는 주로 겨울철 방안에서 많이 했다고 한다. 온돌을 기본으로 했던 생활 방식에서 발생한 놀이로 짐작되지만, 정확히 전해지는 건 없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며 다리를 차례로 빼낸 뒤 마지막에 남은 다리의 주인이 술래가 되거나 춤이나 노래 등 벌칙을 하는 방식이다.

'팔랑개비' '도르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바람개비'도 전통 놀이 중 하나다.

바람은 날씨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인데, 농경사회에서 바람을 신성하게 여기며 바람을 직접 느끼기 위해 바람개비를 꽂아놓던 풍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놀이로 발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바람개비놀이가 시작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조실록'에 '정월 대보름날 장대에 바람개비를 만들어놓았는데'라는 구절을 통해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뤄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바람개비놀이는 두꺼운 정사각형 종이를 세모꼴로 접어 만든 날개를 막대에 꽂아 입에 문 뒤 바람을 마주하며 뛰며 돌아가게 하면 된다.

바람개비를 공중으로 솟아오르게 해 높이 올리는 쪽을 이기는 방식으로도 놀이를 할 수 있다.

전북자치도에서는 설 연휴 기간 전주역사박물관과 전주전통술박물관, 한국전통문화전당, 익산 교도소세트장, 정읍시립박물관 등에서 이런 다양한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행사가 마련돼 있다"며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명절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전통문화전당 우리 놀이터 마루달)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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