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LA까지 6시간 걸린다고?
서울에서 LA까지 6시간. 꿈이 아닙니다.
올해 1월 12일(현지 시간) 기묘하게 생긴 비행기가 공개됐는데요.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실험용 초음속기입니다.
이름은 'X-59'.
시속 1490km로 날 수 있어 비행시간을 기존보다 절반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죠.
X-59는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X-59의 상용화 모델이 실제 비행에 나서게 되면 지구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사실, 과거에도 초음속 항공기의 상용화 사례가 있었죠.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처음으로 운항된 초음속 여객기입니다.
1969년 툴루즈에서 처음 이륙한 콩코드는 (현재 돈으로) 2조가 넘는 개발 비용이 들어간 초대형 프로젝트였죠.
비행 속도는 시속 2400km(마하 2.0).
X-59보다 더 빨랐지만 2003년에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2000년 파리에서의 콩코드기 추락 사고가 퇴출된 원인들 중 하나였는데요.
109명을 태운 콩코드 제트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죠.
콘티넨탈 항공 55편이 떨어뜨린 엔진 덮개를 이륙 과정에서 밟아 타이어가 터졌고, 그 파편이 튀면서 연료 탱크를 직격해 폭발이 발생한 겁니다.
이 사고 때문에 콩코드의 설계 문제도 도마에 오르게 됩니다.
콩코드는 초음속으로 나는만큼 가벼워야 했기에 몇몇 부품을 설치하지 않았고,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면 엔진이나 주변 부품까지 함께 타격을 받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론 부품을 강화할 경우 콩코드의 무게가 증가해 빠른 속도를 내는 게 불가능했죠.
하지만 콩코드가 퇴출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요.
바로 소닉붐 때문입니다.
소닉붐은 항공기의 속도가 음속을 넘어설 때 발생합니다.
모든 항공기는 비행 중 주변으로 음파를 발생시키는데, 초음속 항공기는 발생한 음파보다 빠르게 비행하면서 전방의 음파를 압축합니다.
이후 초음속 항공기가 이를 뚫고 지나가면 압축된 에너지가 원뿔형 충격파로 방출돼 지상에 소음과 진동이 전해지죠.
콩코드는 지상에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 수준인 105 db의 소음을 유발했기에 일부 국가는 지상에서의 콩코드 비행을 금지했습니다.
그 결과 콩코드는 해상 운행 때에만 초음속을 가동할 수 있었고, 결국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죠.
반면, X-59는 소닉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소음을 자동차 문을 닫는 수준인 75db로 크게 낮췄죠.
X-59는 QueSST(퀘스트)란 이름의 개발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는데요.
'Quiet SuperSonic Technology'
즉, '조용한 초음속 기술'이란 뜻입니다.
이름처럼 소음을 대폭 줄이면서 음속보다 빠르게 설계한 것입니다.
미 항공우주국은 1971년 미 의회의 (지상에서의) 초음속 비행 금지 법안 제정 이후 소닉붐 저감 기술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수십 년 간 성과 없는 실험이 계속됐지만 최근 10 년 사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초고속 컴퓨팅이 기술 개발에 적용되면서 놀라운 발전이 이뤄집니다.
개발팀은 무겁고 부피가 큰 엔진을 최대한 뒤에 배치해야 소음이 줄어든다는 걸 파악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X-59의 구조를 설계한 결과 기체 앞부분은 뾰족하고 길게, 엔진은 최대한 뒤쪽에 하나만 배치되는 디자인이 나오게 됐죠
소닉붐을 일으키는 표면 간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수가 뾰족하고 길게 설계된 겁니다.
또한, 전방의 압축된 공기를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날개를 동체 앞부분에 달았고, 조종석 앞 유리도 없앴습니다.
완전한 유선형을 이루기 위해 전방 유리창을 아예 없앤 겁니다.
대신 외부 카메라를 장착했죠.
조종사가 외부 카메라 촬영 장면을 조종석 내의 디스플레이로 보면서 비행기를 조종하게 됩니다.
X-59는 올 하반기 첫 시험 비행을 시작하는데요.
2026년까지 미국 일부 도시 상공을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리는 소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할 예정입니다.
이 소음 데이터를 규제 당국에 넘겨 비행 금지를 해제시키려는 거죠.
이후 적합 판정을 받으면 X-59 모델은 승객 44명을 태울 수 있는 상용 모델로 개발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X-59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미국의 환경단체 피어(PEER)는 초음속 여객기가 일반 여객기보다 화석연료를 훨씬 더 많이 소모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초음속 여객기는 승객 1인당 연료를 일반 여객기보다 최대 9배 더 많이 쓴다고 합니다.
여기에 항공기용 등유를 쓰면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배출되죠.
초음속 여객기의 증가는 기후 재앙으로 연결될 거라고 이 단체는 주장합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초음속 여객기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과거 콩코드는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 가는 데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빨리 날기 위해 좌석 개수를 줄인 데다 연료 소모도 많기에 탑승권이 비싸죠.
전자신문인터넷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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