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급 스피드' 유신고에 발 빠른 '오재원'이 있다... "박해민 수비 많이 본다, 올해 20도루 목표" [현장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4. 2.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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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유신고 오재원이 7일 대구상원고 체력단련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유신고의 오재원(오른쪽)과 신재인이 7일 대구상원고 체력단련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고작 1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유신고 2학년 중견수 오재원(17)과 세 번의 마주침이 있었다.

첫 마주침은 지난해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유신고와 강릉고의 대통령배 16강전이었다. 낯익은 이름이 전광판에 보였다. 2년 전 은퇴한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 오재원(39)과 동명이인인 등번호 15번의 오재원. 그날 오재원은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유신고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오재원은 그 뒤로도 꾸준한 타격을 보여 1학년인데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22경기 타율 0.436(55타수 24안타), 18타점 13득점 4도루, 출루율 0.530 장타율 0.455 OPS 0.985로 고교 첫 시즌을 마쳤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한 프로 구단 스카우트로부터 또 한 번 오재원의 이름이 들렸다. 두 번째 마주침이었다. 이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유신고에 신재인(17)과 오재원이 눈여겨 볼 만하다. 오재원은 타격이 장점이지만, 발도 빠르고 수비가 정말 좋다. 딱 1학년 때만 비교하면 올해 1라운드에 지명됐던 야수 최대어 박지환(19·SSG 랜더스)보다 훨씬 낫다. 특히 공을 맞히는 능력이 타고났다"고 칭찬했다.

그 말을 기억하고 무작정 유신고와 대구 상원고의 윈터리그 경기가 열리는 대구로 내려갔다. 경기 중반부터 지켜봤지만, 좀처럼 유신고 등번호 15번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키에 등번호 3번의 좌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선수는 8회초 우측 폴대 쪽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쏘아 올렸고 쉽게 2루까지 도달했다. 뒤이어 후속 타자의 번트 때 재빠르게 3루에 도달해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상대 배터리가 3루로 먼저 던져 견제했음에도 잡을 수 없던 빠르기였다. 유신고 더그아웃에서는 "재원이 나이스"라는 말과 함께 환호가 터졌고 그때 확신할 수 있었다. 유신고 오재원과 세 번째 마주침이었다.

유신고의 2024시즌 윈터리그 6연승이 확정된 후 만난 오재원은 "등번호를 15번에서 3번으로 바꿨다. 배지환(25·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 등 잘하는 외야수들이 3번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변경했다"고 미소 지었다.

유신고 오재원. /사진제공=유신고 야구부

오재원에 따르면 처음에는 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고향이 부산인 아버지를 따라 가장 가까운 문학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열릴 때마다 따라갔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해 경기장 옆 놀이터에서 놀곤 했다. 그러나 반복된 야구장 나들이에 곧 공놀이에 빠져들었고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에 발을 들였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오재원이란 이름은 야구를 하면서 조금은 도움이 됐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의 이름을 쉽게 외웠고, 활약을 할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쉽게 이름이 각인됐다. 여기에 '못 치는 날에도 무조건 안타 하나는 쳐야 한다'는 본인의 근성이 더해져 지난해 윈터리그에서 눈도장을 받고, 명문고에서 1학년임에도 주전으로 나설 수 있었다.

주 포지션은 중견수, 주로 나서는 타순은 1번이다. 중학교 때는 유격수로 활약하다가 중3 후반에 중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다행히 본인의 적성에도 조금 맞았고 박해민(34·LG 트윈스), 배지환, 코빈 캐롤(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차츰 선수로서 방향성을 잡았다. 홈에서 1루까지 4.05~4.10초만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강점이다. 지난해 배지환의 홈에서 1루 도달 시간 평균 4.05초가 메이저리그(ML) 전체 1위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오재원의 스피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실감이 간다.

오재원은 "애리조나의 캐롤 선수를 좋아한다. 발도 엄청 빠르고 수비 범위나 타격에서 콘택트 능력이나 타격생산성이 좋아서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며 "롤모델은 딱히 없지만, 실제 경기할 때는 해외보단 국내 선수들을 참고하는 편이다. 배지환이나 박해민처럼 키는 크지 않지만, 발 빠른 선수들을 주로 보고 있다. 특히 박해민 선수는 수비 범위가 넓고 타구 판단이 좋으셔서 영상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신고 오재원. /사진제공=유신고 야구부

한창 성장할 나이라 프로필에도 1년 사이에 변화가 있었다. 키 175㎝ 몸무게 70㎏이었던 체격이 키 176㎝ 몸무게 77㎏으로 부쩍 성장했다. 다행히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남들보다 밥 한 공기 더 먹는 걸로 가능했다고 본인은 말한다. 하지만 오재원의 숨은 노력을 홍석무(39) 유신고 감독은 기억한다.

홍 감독은 "(오)재원이가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인 건 맞다"면서도 "우리 학교는 유일하게 수요일에 야간 훈련이 없다. 그때 보통 사우나를 간다. 사우나를 마치면 남들은 놀거나 집에 가는데 재원이는 항상 혼자 돌아와서 한두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그 덕분에 지금은 몸이 많이 발달했다. 지난해에는 풀타임을 뛰면서도 장타가 많지 않았는데(공식 경기 2루타 1개) 올해는 전지훈련 와서 2루타, 3루타, 러닝 홈런까지 벌써 5개가 넘는다. 성장한 것이 확실히 보인다. 정수빈(34·두산 베어스)이나 이용규(39·키움 히어로즈)처럼 베이스 러닝을 조금 더 배우고 센스 있는 플레이를 할 줄 알게 되면 프로에서도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소형준(23), 박영현(21·이상 KT 위즈), 김주원(22·NC 다이노스) 등 최근 유신고 출신 선수들이 KBO리그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후배들에게도 자부심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해 장타가 없어서 체중을 늘리는 등 장타를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올해 목표도 장타와 도루 개수를 늘리는 것이다. 최소 15개, 많으면 20도루도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가 모든 전국대회에 다 출전하고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함께 숙소 생활하던 형들이 프로에 가는 걸 보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아직은 먼일이지만, 나도 KBO 팀에 꼭 지명받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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