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수혜, 대형주서 소형주로…대응 전략은?
'저PBR 훈풍' 속 지금은 대형 가치주 중심 상승
프로그램 시행 후 중소형 상승 여력 더 클 전망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기업 가치 향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지금은 대형주 상승이 부각하고 있지만, 기업 밸류업 가동 후에는 중·소형주 수혜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중·소형 저PBR 종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증시도 활기를 띨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특히 정책 초기에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형주가 먼저 움직이지만, 증시 저평가 해소가 본격화하면 중·소형주의 상승 폭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형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사실상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이후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소형주는 4.51%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7.57%)와 더불어 코스피 대형주(8.20%)와 중형주(7.99%) 수익률을 밑도는 수치다.
이 기간 저PBR에 대한 자금 유입에 상승 폭이 컸던 보험(변동률 32.07%), 금융(21.11%), 운수장비(19.00%), 유통업(18.80%), 증권(16.78%)의 주요 종목 대부분이 대체로 코스피 대형주·중형주 지수에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상위 기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와 삼성물산(028260),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삼성생명(032830), 미래에셋증권(006800) 등이다.
이태하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 ESG팀 부장은 “대형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고, 특정 테마 발생 초기에는 익숙하고 우량한 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되는 영향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면 중·소형주의 상승도 시작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책이 지속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시장에서는 중·소형주의 기업가치 개선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ESG운용부 수석은 “대형주의 주주환원율은 이미 25~30%으로 적정 주주환원율인 3분의 1(33%)까지 상승할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2~4세 경영 중인 대기업 대비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주주환원율 상승 여력이 큰 중견·중소기업에 모멘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소형주는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데, 이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도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자사주 소각 관련 정책 변화가 소형주 주가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저PBR 소형주 비중 75%…“정책 지속성·실효성 관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가 중·소형주로까지 확산하면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도 확대하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와이즈Fn과 신영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PBR 1배 이하인 소형주(평균 0.43배) 비중은 75.1%에 이른다. 중형주(1.50배)는 56.0%, 대형주(2.24배)는 45.5%다.
그러나 기업 밸류 프로그램이 가동해도 중소형주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태하 부장은 “저PBR 종목들의 리레이팅(재평가)을 위해서는 기업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거나 충분한 현금흐름으로 주주환원이 가능해야 한다”며 “그래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이에 따른 PBR 개선이 가능하고, 자사주 보유가 많은 종목도 소각 이후 ROE 개선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로 ‘저평가 해소 훈풍’이 불기 위해서는 정책 지속성·실효성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게 증권·운용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소연 연구원은 “높은 상속세 때문에 대주주가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시각에서 상속세 개편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논의되고 있다”며 “실제 발표될 정책 내용이 실망감과 안겼던 과거와 달리 지속성·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중소형주의 중장기 성과 우위와 가치주에 대한 개인의 신뢰 회복을 예상한다”고 판단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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