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테노레' 조선 최초 오페라 테너의 탄생 스토리… 음악적 카타르시스가 주는 무한 힐링[스한:리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현재 초연 중인 '일 테노레'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윤이선과 오페라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 등 세 사람을 통해 비극적이고 어두운 시대 속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 유수의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와 윌 애런슨 작곡가, 그리고 박천휴 작가가 손잡고 만든 '일 테노레'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한다. 박천휴·윌 애런슨은 일제강점기라는 고난의 시기에 서양의 낯선 예술인 오페라를 공부해 6.25 전쟁 발발하기 직전 한국 최초 오페라 공연을 성황리에 이뤄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인 테너 이인선에게서 영감을 받아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고난이 심했던 시기에 극도로 화려한 예술인 오페라라는 꿈을 이루려는 윤이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진정성 넘치는 아름다운 서사로 완성해냈다.
일제강점기 경성, 항일운동 모임인 문학회 멤버들은 일제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 하지만 학생들이 만든 조선 배경의 연극이 전면 금지 당한다. 이에 점점 심해지는 총독부의 검열을 피할 방법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오페라에 매료된 의대생 윤이선은 연극 대신 오페라 공연을 올릴 것을 제안하고 문학회의 리더이자 연출가인 서진연과 열정적인 독립운동가이자 무대디자이너인 이수한은 침략에 맞서 싸우는 베네치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I Sognatori – 꿈꾸는 자들'을 부민관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공연을 위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모집해 연습에 나선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로부터 먼저 떠난 형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는 의대생 윤이선은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특별한 테너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선 최초 오페라를 초연시키기 위해 몰두하고, 서진연은 대중들에게 낯선 장르인 '서양 창극'을 통해 일제 저항에 대한 메시지를 고취시키려 한다. 무대디자이너 이수한은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하는데 앞장 서온 까마귀로 불리는 일본 순사의 암살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꿈꾸는 자들'의 공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위험한 작전을 추진하고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가게 된다.
'일 테노레'는 오페라를 중심 소재로 다룬 만큼 전통 클래식 정서를 바탕으로 한 섬세하면서도 격정적인 넘버들이 관객들의 귀를 사로 잡는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18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윌 애런슨 작곡가는 극 중 모든 오페라 곡들을 직접 작곡해 오리지널로 선보였으며 작품 속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주되는 'Aria 1: 꿈의 무게', 'Aria 2: 그리하여, 사랑이여'는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넘버로서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절정으로 치 닫으며 휘몰아친다. '일 테노레' 관람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음악적 카타르시스와 벅찬 감동은 뮤지컬 장르의 진정한 체험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수줍음 많고 모범생에서 오페라의 즐거움을 깨닫고 테너로 성장해가는 윤이선 역은 홍광호와 박은태, 서경수가 각각 선보였다. 특히 홍광호는 특유의 폭발적 가창력과 안정감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시킨다. 잘 부른 노래 한 곡이 관객들의 정서에 어떻게 극한의 힐링감을 선사하는지 체험케 한다. 서진연을 연기한 김지현과 박지연, 홍지희는 리더십과 배려심이 넘치는 서진연 역을 매력 넘치게 소화해냈다.
이번 공연이 초연인만큼 클라이막스에서 엔딩으로 향하는 지점에서의 극적 장치는 다소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여러 차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는 'Aria 1: 꿈의 무게'가 단 한 차례 관람에도 여전히 귓전에 맴도는 걸 봤을 때 '일 테노레'는 꽤 힘이 세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표은지, 남심 홀리는 뇌새적인 포즈…터질 듯한 볼륨감 - 스포츠한국
- [인터뷰] '도그데이즈' 김윤진 "주연 겸 공동제작…비타민 같은 이야기 반했죠" - 스포츠한국
- E다연, 육덕진 핑크 비키니…"젖기 전, 젖은 후" - 스포츠한국
- 말레이시아전부터 꼬였다… 로테이션 無, 클린스만의 패착[초점] - 스포츠한국
- [인터뷰] 최동훈 감독 "성공도 실패도 겪어야 하는 게 영화 감독의 숙명" - 스포츠한국
- 박지영 아나운서, 다 비치는 검스 신고…'민망' - 스포츠한국
- 효연, 볼륨감 이 정도였어? 발리 접수한 비키니 몸매 - 스포츠한국
- 비교되네… '스마일맨' 클린스만, 고개 숙인 손흥민 - 스포츠한국
- [인터뷰] '도그데이즈' 윤여정 "반추하는 나이 77세…늙을수록 외로운 연습 해야죠" - 스포츠한국
- 치어리더 안지현, 비키니 터질듯한 넘치는 볼륨감…한 줌 허리 눈길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