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도쿄 새 별천지...‘디지털아트 끝판왕’ 문 열었다[르포]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2. 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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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 뮤지엄 ‘팀랩 보더리스’ 가보니]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새 명소 9일 오픈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에 들어선 팀랩 보더리스 전시공간 [도쿄 이승훈 특파원]
매일 새로움이 생기는 일본 도쿄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대형 복합단지인 ‘아자부다이힐스’ 지하 1층에 디지털 아트 뮤지엄인 ‘팀랩 보더리스(teamLab Borderless)’가 9일 문을 연 것이다.

팀랩은 이름 그대로 예술을 연구하는 창작 집단의 모임이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이노코 토시유키가 대학 재학 시절인 2001년 벤처기업 형태로 시작해 지금처럼 세계에서 각광받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예술과 과학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때문에 팀랩에는 미술 전공의 아티스트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건축가,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팀랩은 지금까지 뉴욕 런던 파리 싱가포르 베이징 상하이 멜버른 등 주요 도시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국내서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 팝업 형태의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도쿄 부도심인 오다이바에 전시공간을 마련했던 팀랩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2022년 8월 이곳의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아자부다이힐스 오픈과 함께 도쿄 핵심 지역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에 따라 팀랩은 도쿄에만 도요스의 ‘팀랩 플래닛’과 이곳의 ‘팀랩 보더리스’ 등 두 곳의 전시공간을 갖게 됐다.

50개 예술작품이 경계없이 하나로
새·나비·꽃 쫓다 보면 어느새 한곳에
꽃이 피어나는 모습의 팀랩 보더리스 전시공간 [도쿄 이승훈 특파원]
팀랩 보더리스는 560대의 프로젝트를 활용한 50개가 넘는 다양한 디지털 전시가 핵심이다. 꽃이 피어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공간도 있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버블 속에서 환상을 느끼거나 빛의 파동을 느끼며 창조주가 되는 듯한 기분을 가지게 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에 ‘보더리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단어 뜻 그대로 ‘경계가 없다’는 의미다. 한 공간에서 본 새나 나비가 다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한 개구리 요괴가 여러 방을 돌아다니며 행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경계가 없다 보니 지도도 없다. 이 때문에 종종 같은 공간을 여러 번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팀랩에서 일하는 한국인 아티스트인 홍소희 카탈리스트는 “미로처럼 되어 있는 공간을 반복해서 지나가더라도 디지털 아트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경계없는 광활한 공간에서
무엇을 즐기든 즐거운 시간
공간을 이동하다 보면 다양한 요괴의 행령을 볼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지도도 없고 특정 공간에만 특정 디지털 아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서 이동하면 된다.

좋아하는 색의 나비를 따라서 공간을 이동해도 좋고, 개구리 요괴 행렬에 맞춰서 함께 춤을 추며 공간을 즐겨도 즐겁다.

이노코 대표는 “경계가 없기 때문에 작품끼리 서로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 섞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무엇을 꼭 보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작품을 즐기면서 발견하는 과정을 갖기를 추천해 드린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아트 그룹인 ‘팀랩 보더리스’가 아자부다이힐스에 자리잡았다. 이노코 토시유키 팀랩 대표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버블 유니버스’ 속에 서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팀랩이 이번에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공간은 ‘버블 유니버스’다. 무수한 원형 버블이 빛을 받아 마치 비눗방울처럼 보이는 공간이다. 방 전체가 거울로 둘러싸여 있어서 작은 공간인데도 끝없이 확장된 크기의 버블을 느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공간도 있다. ‘스케치 오션’이라는 곳은 자신이 그린 그림이 디지털 화면 속에 떠다니는 곳이다. 30~40명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와 도구도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그림을 그린 뒤에 별도 기계에서 스캔하면 디지털 아트 화면 속에 ‘뿅’ 하고 나타난다.

오징· 문어·해파리·참치 등 10여종의 밑그림도 마련되어 있다. 재밌는 것은 참치의 경우 이곳 화면을 떠나 멀리 마카오나 멜버른 등에 있는 같은 팀랩의 전시 공간으로도 옮겨간다는 것이다.

홍소희 카탈리스트는 “바다를 횡단하는 참치의 특성을 반영해 전 세계 다른 디지털 공간에도 모습을 드러내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560대 프로젝터로 다양한 시각효과
내가 그린 그림이 디지털 작품되기도
기자가 직접 그린 오징어가 ‘스케치 오션’ 전시공간에 떠다니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팀랩은 별도의 기념품 가게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린 그림을 에코백이나 티셔츠, 배지 등의 메인 테마로 활용해 별도로 구입할 수 있다.

전시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머지 않아 지치게 마련이다. 이때 잠시의 휴식을 위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티 하우스’다. 냉수 녹차나 아이스크림, 티 라떼 등을 한 잔에 600엔(약 5400원)에 판매한다.

입구에서 주문하면 자그마한 플라스틱 오브제를 준다. 자리에 앉아 이것을 종업원에게 건네면 원하는 음식이 나온다.

녹차는 입구가 넓은 찻잔에 따라주는데, 종업원이 차를 따르자마자 찻잔에서 환하게 꽃이 피어난다. 녹차 아이스크림이 담긴 그릇에서는 나무가 자라 잎이 나고 싹을 틔우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음식과 디지털 아트의 새로운 체험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티 하우스’에서는 찾잔에 핀 꽃과 아이스크림서 자라는 나무를 볼 수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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