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원 안갚았다고…" 학폭 가해자 몰린 초등생 무죄

[울산=뉴시스] 안정섭 기자 = 단돈 4500원을 한동안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렸던 초등학생이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초등학생 A양의 부모가 울산강북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A양은 지난 2022년 4월 같은 반 친구 B양이 음식값 4500원을 빌려간 뒤 한동안 갚지 않자 B양에게 돈을 갚으라고 말했고 당시 같이 있던 다른 친구들이 수군거리자 모두들 자신을 따돌린다고 느꼈다.

이후 단체 채팅방에서도 B양이 성적인 표현을 하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신과 더이상 친구로 지내기 싫다고 말하자 부모에게 상황을 알렸다.

A양의 부모는 곧바로 학교 측에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했으나 학교폭력대책심의원회에서는 학교폭력으로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B양에 대해 조치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양 부모는 분명한 학교폭력 행위임에도 학교 측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 역시 B양의 행동이 학교폭력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양이 돈을 갚으라고 하자 B양은 용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후 A양 부모가 B양 부모에게 연락하자 B양이 돈을 갚은 점을 보면 친구 사이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금전 거래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친구들의 수군거림이 따돌림이라고 생각한 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스스로의 짐작에 따라 느꼈던 걱정이나 심정을 주장한 것이라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B양이 단체 채팅방에 올린 메시지에는 뽀뽀와 키스같은 단어가 있는데 음란한 표현이라 보기 어렵고 해당 메시지로 인해 A양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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